[광화문]지혜와 독선, 그리고 BBK

머니투데이 홍찬선 경제부장 | 2007.12.05 16:08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김근태 대통합신당 고문의 말처럼) 국민들이 노망들었기 때문입니까?”(한 기업체 사장)

“대선에서 후보를 선택할 때 중요한 2개의 기준은 능력(Competence)과 됨됨이(Warmth)입니다. 능력과 됨됨이 가운데 어느 것이 중시되느냐는 그때그때의 대선에 따라 달라진느데, 이번 대선에서는 능력이 중시되는 것일 뿐 국민들이 노망들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지혜로운 프레임(Frame)을 가졌다고 생각합니까? ”(모 전 대사)

“노무현 대통령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 가치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나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혜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나의 가치도 수많은 가치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남의 가치도 인정하며 존중하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최인철 교수)

5일 아침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양수길) 수요정책포럼’에서는 최근의 한국사회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과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최 교수는 이날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사람은 자기의 눈과 귀 등을 통해 얻은 사실을 강하게 확신하지만 시각과 청각은 주위 여건과 자신의 심리 상태에 따라 착시와 환청이 있을 수 있다. 보고 들은 것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혜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절대 겸손이며 자신의 신념은 다양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하나의 안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관용(Tolerance)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 “핑크색 렌즈의 안경을 끼면 파란 하늘과 빨간 꽃이 모두 분홍색으로 보이는 것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프레임 때문에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어떤 프레임인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회계법인 대표는 “한국에선 사촌이 땅 사면 배아픈 비교 프레임이 강하기 때문에 하향평준화 정책과 대중영합주의(Populism)이 있는 것 같은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최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상습적으로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남이 잘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평등의식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고교평준화와 반부자정서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공부 잘하면서 운동과 음악 및 미술 등도 모두 뛰어난 팔방미인형 학생이 가장 얄미운 것처럼, 부자이면서 정직하고 남도 잘 도우면서 지위도 높으면 불공평하다고 느낀다”는 것. 공부를 잘 하면 운동과 예술은 잘 못하고 돈이 많으면 비도적적이어야 공평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연봉이 4000만원인데 나에게는 4500만원을 주는 일자리 A와 다른 사람 연봉은 5500만원이지만 나에게는 5000만원 주는 일자리 B가 있을 때 대부분은 A를 선택한다. 비록 절대적으로는 B를 고르는 게 500만원 이익이지만, 상대적으로는 500만원이 적기 때문에 금전적 이익보다 심리적 우월감을 더 중시하는 탓이다.

검찰이 BBK주가조작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경준 씨(구속)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이명박 후보의 3대 의혹은 모두 무혐의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 가치와 신념에 맞지 않으면 의혹 및 잘못이라는 편견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어 무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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