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명박 후보에 대해 숨기는 게 있다고?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07.12.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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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 조갑제닷컴 등의 보도에 대한 입장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이라는 게 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기 때문에 나의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경향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선택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이 아닌 것이라도 사실이라고 착각한다. 이런 현상을 ‘허위합의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고 한다.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 및 행동 등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중심성을 설명하는 말이다.



17대 대선 과정에서 돌출된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온갖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50명이 넘는 수사 인력을 투입해 계좌추적과 문서검증 등을 통해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방송과 신문 등에서 BBK의혹을 너무 많이 보도함으로써 의혹이 사실이라는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퍼진 때문으로 보인다. 또 소박한 실재론과 허위합의효과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 넓게 퍼져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2000년 10월15일자 이명박 후보 인터뷰 기사 관련 잘못된 보도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주가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 3명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하겠고 나섰다. 주요 대선 전략이던 BBK 주가의혹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난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검찰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의혹 제기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BBK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이명박 후보가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한 스페어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출마의 변을 스스로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일지 모른다.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확신’하는 일부 언론들도 검찰수사가 잘못됐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2000년 10월에서 2001년 상반기 중, 이명박 후보를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던 언론과 기자들에 대해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인터뷰 기사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오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왜 침묵하고 있느냐?”는 것.


2000년 10월16일자 동아일보에 ‘경제계로 복귀한 이명박 씨, 사이버 금융에 승부 걸겠다’는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던 나에게도 최근 10여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KBS 탐사보도팀, 미디어오늘, 기자협회, 조갑제닷컴 등등.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걸려와 “2000년 10월15일자 인터뷰 기사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정도의 답변을 했지만, 나중에는 “할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해당 언론에서는 이런 발언을 인용하면서 ‘왜 비겁하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느냐’는 뉘앙스가 강한 기사를 보도했다. 이런 기사가 인터넷으로 떠돌아 다니면서 네티즌들에게 '내가 이명박 후보에 대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기로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전화를 받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은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의혹이 없다고 발표한 사안에 대해 코멘트 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다른 오해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판단아래 양심에 따라 설명한다.

이명박 후보 인터뷰 기사 작성 과정에 대한 설명

내가 이명박 전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은 2000년 10월15일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침 7시30분에 만나 2시간 가량 조찬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교회에 가야 한다면서 일어난 것으로 기억된다. 강남의 한 호텔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호텔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당시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대체적으로 기사에 나온 얘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그 자리에 김경준 씨가 있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그 자리에는 이명박 후보, 김백준 씨와 나, 그리고 김승련 기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기사에는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 어깨를 두드렸다”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그 자리에 김경준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표현이 들어갔는지에 대해 나 스스로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경준 씨가 있었는데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기억의 한계 때문인지, 없었는데 당시 분위기상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것과 관련된 보도가 있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 봤는데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기억의 한계 때문에 그동안 여러 곳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이 후보가) 미국계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1999년 초 연 수익률 120%를 달성한 김경준 BBK 투자자문 사장을 영입했다"는 대목이다. 이런 말이 있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기사에 나오니 그런 발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 인터뷰 기사에 대한 나의 입장

이제 당시 인터뷰 기사가 이명박 후보가 BBK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힌다. 일반적으로 인터뷰 기사에는 2가지 팩트가 있다. 하나는 인터뷰 상대가 말한 것 그 자체(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뷰 상대방이 말한 것이 진실인지이다.

기자는 인터뷰 상대가 말하는 것을 일단 팩트로 받아들이고 기사를 작성한다. 물론 발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따져본 뒤 기사를 작성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확인 작업을 거치기는 쉽지 않다. 일반 보도 기사라면 객관적 사실 여부를 철저히 검증한 뒤 기사화하지만, 인터뷰 기사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거나 최소화되는 것은 인터뷰 기사가 갖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터뷰 기사는 어떤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 참고 자료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에서 이 후보의 말을 옮겨 기사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것이 곧 이 후보가 BBK의 주인이라든가 김경준을 영입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왔을 때 답변을 거부한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더 이상 명예훼손 적인 추측성 기사 보도 중지할 것, 강력하게 요청

목사이자 신학자인 챨스 스윈돌(Charles Swindol)은 삶에 있어서 객관적 사실은 인생을 통틀어 겨우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 90%는 그 일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 즉 소박한 실재론에 근거해 내린 우리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또 과거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현재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꺼내주는 마술 보따리 같다고 한다.

소박한 실재론과 허위합의효과가 팽배해, 거짓이라고 이미 낙인찍은 것에 대해선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나의 설명이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침묵하는 것은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를 작성한 사람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라는 생각에 따라 설명했다.

만일 검찰의 수사결과가 잘못된 것이고, 대통합신당이 국회에 발의한 ‘BBK특검법’이 통과돼 특검이 진실을 가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시 기사에 대해 조사를 한다면 나는 당당하게 조사에 응할 것이다.

검찰은 국민들이 진실 여부를 놓고 다툴 때 공정한 심판으로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도록, 국민들이 합의해서 만들어 놓은 곳이다. 그런 검찰이 'BBK 주가의혹'은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 마당에 7년 전의 기사를 바탕으로 '내가 매우 비양심적이고,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를 하지 말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다.

내가 당시 이명박 전 의원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한 과정은 앞에서 밝힌 것이 전부다. 한점의 숨김도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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