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의 '명과 암', 치명적 유혹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09.29 13:31

인하효과 논란 속 '약달러-원자재價·장기금리↑' 등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가 오히려 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을까.

경제 자생력과 자율성을 침해한 인위적 부양책은 경제에 오히려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RB는 시장과 정치권 등의 막대한 압력에 직면,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금리 인하는 이미 금융시장 곳곳에서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달러/유로 환율은 금리 인하의 직격탄을 맞고 1.42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달러 약세)

금리 인하로 수혜를 입은 집단도 있다. 불안정한 모기지 증권이나 고위험 고수익 자산 등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위험한 투자에 대해 손실을 감내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경제 시스템은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FRB의 금리 인하는 대부분의 도덕적 투자자가 아닌 바로 이들이 회생할 발판을 마련해 줬다.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다. 건전한 투자를 지속하던 대부분 건전 투자자들은 별다른 이득이 없었다. 지금은 경제에 좋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건전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을때 내리는 경제적 처방과 일부 위험 투자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처방은 그 효과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방황하던 뉴욕 증시도 고대하던 금리 인하 결정을 받아들고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게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족쇄이자 향후 통화 정책을 운용하는데 큰 짐이 될 전망이다.

버냉키 의장은 마치 의사 처방전을 받아든 것처럼 시장의 주문을 그대로 따랐다. 그것도 시장이 주장하던 0.5%p 인하 주장을 받아들였다.

금리 인하의 결과로 달러 약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에 분명한 짐이다. 달러 약세는 미국 달러화 자산 매도 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 약세가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는 좋을 수 있지만, 기대 이상의 과도한 약달러는 기축통화 입지를 흔들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1.42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지속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81%(0.0114달러) 오른 1.4267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한때 달러/유로 환율은 1.427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달러화 가치는 이미 캐나다 달러보다도 더 싸졌다.

원자재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금, 은, 구리,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에 영향받아 큰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제한하는 짐이다.

단기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 금리 인하 이후 금융 시장에서는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금리인하 이후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국채 금리가 오르고 모기지 금리도 따라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에 따른 달러 자산 매각 현상이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를 초래해 악순환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FRB의 금리 인하 경제 효과는 장기 금리 인상으로 상당부분 상쇄됐다. 장기 금리는 경제에 있어 단기금리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게 된 것이다.

FRB의 임무는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대형 금융기관들이 깨지고 망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과 같은 특정 금융기관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은 오히려 많은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

금리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감안한다면 경제 정책을 결정할때 절대 성급할 수 없는 이유다.

금리 인하는 시장에 있어 치명적인 유혹이다. 그러나 단기만을 내다보는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 이러한 유혹을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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