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아파트 부지도 '낙찰'…저축은행 PF사업장 경공매 속도 붙나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9.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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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별 경공매 대상이 되는 부동산PF 사업장 규모/그래픽=김지영업권별 경공매 대상이 되는 부동산PF 사업장 규모/그래픽=김지영


저축은행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경공매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등 입지 좋은 사업장의 낙찰 사례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경공매를 통한 PF사업장 정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 속도가 붙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OK저축은행이 경공매로 내놓은 30개 PF사업장 중 3개 사업장이 낙찰됐다. 2개 사업장은 수의계약이 체결됐고 1개 사업장은 대출채권을 넘기는 형태로 계약이 성사됐다. 웰컴저축은행도 23개 사업장을 경공매로 내놓았는데 3개 사업장이 낙찰로 이어졌다.



OK저축은행은 3개 PF사업장 모두 대출원금과 비슷한 가격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컴저축은행이 매각한 1개 사업장은 대출원금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팔렸다. 저축은행이 경공매 대상이 되는 사업장에 대손충당금을 75% 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저축은행 모두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업장을 정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물건이 경공매로 나오면서 낙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낙찰된 OK저축은행의 PF사업장은 아파트 개발을 위해 조성된 서울 서초구 소재 사업장 등이다. 웰컴저축은행이 대출원금 대비 비싼 가격에 판 사업장은 부산에 있는 오피스텔 사업장이다.



기존에는 좋은 입지의 물건을 경공매에 내놓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금융당국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올해 5월 금융당국은 PF사업장 분류기준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했다. 이후 최하등급인 부실우려를 받은 사업장 중 연체가 3개월 이상 진행된 사업장은 6개월 안으로 경공매를 진행하도록 했다. 또 유의 등급의 사업장은 대출원금의 30%를, 부실우려 등급의 사업장은 대출원금의 75%를 충당금으로 쌓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6개월 단위 경공매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공매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금융사의 부동산PF 중 6개월 내 처분해야 하는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 규모는 1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저축은행 업계의 익스포저가 3조2000억원이다.

다만 여전히 경공매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금융당국의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사업장은 입지가 나쁘지 않아 대출원금을 건질 수 있을 정도의 가격에도 매수자가 나왔지만 나머지 사업장은 가격 후려치기가 심해 매각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저축은행은 충당금 규모까지 감안해 대출원금의 70% 이상 가격으로 사업장을 팔기를 원한다. 반면 원매자가 제시하는 가격은 대출원금의 40~50%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가진 사업장 중 좋은 위치에 있는 사업장은 적정가격에 팔리기도 하지만 일부 사례로 경공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잘 팔린 사업장도 원금을 방어하는 정도에서 매각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6개월 경공매가 의무화됐다고 해서 금융사가 가격을 한도끝도 없이 낮춰서 사업장을 매각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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