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위기 넘긴 정부, 탄핵 역풍 맞은 의협…'의료개혁' 드라이브 거나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9.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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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보호자 등이 지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3만9911명, 올해 설 3만6996명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고 밝혔다./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보호자 등이 지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3만9911명, 올해 설 3만6996명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고 밝혔다./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일각에서 제기한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위기를 벗어나면서 국민의 참여를 등에 업은 정부가 의료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생·전공의와 갈등에 이어 '회장 불신임'에 대한 찬성표가 쏟아지며 진통을 겪는 모습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의료대란의 향방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응급실 대란 없었다…정부 "국민·의료진 덕분"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전국 411개의 응급실 중 3개소를 제외한 408개의 응급실은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일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과 올해 설 연휴(3만6996명)와 비교해 각각 32%, 25%가량 줄었다. 특히 경증 환자는 지난해 추석 2만6003명에서 올해 설 2만3647명, 이번 추석에는 1만6157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번 추석은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대란' 우려가 컸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 전국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의 의사 수는 1865명으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400명 이상 적었다. 초기 응급처치 후 수술·입원하는 환자가 '배후 진료'가 안돼 병원 뺑뺑이를 도는 사례도 있었다. 충북 청주에서는 25주 임산부가 양수 유출로 75개 병원에 연락했지만, 수용 거부로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고위험 분만을 받아줄 병원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연휴 기간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연휴 기간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하지만, 일반적인 환자마저 이런 피해를 보진 않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역별, 특정 시간대별로 배후 진료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일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연휴 전 일부에서 우려와 같이 의료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혼란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경증일 때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고 의료진이 현장에서 쉴 틈 없이 헌신해 주신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연휴 전 의사단체는 '응급실 대란'을 경고하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추석 연휴가 '응급의료의 위기'라며 의료 정상화를 위해 의대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연휴 기간 문을 연 병원이 전보다 더 많았고, 국민들도 응급실 이용 자제 등 정부의 위기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됐다. 국민의 협조를 등에 업고 '추석 위기'를 벗어난 만큼 정부의 의료 개혁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장 불신임 찬성 80% 육박…흔들리는 임현택 리더십
위기관리에 성공한 정부와 달리 의협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반복되는 내홍에 임현택 회장이 이끄는 의협 집행부가 의정 대화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의협의 입지가 좁아지는 데는 특히, 의대생·전공의의 반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사직 전공의를 대표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주도의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가 이뤄지던 지난 10일 SNS(소셜미디어)에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의대생, 전공의 대표는)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의협과 선을 그었다. 오히려 "임현택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는 강경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지속해서 만남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의협 패싱'을 공식화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의대생, 전공의의 반발은 의협의 '대표성'을 흔들리게 한다. 설령 의협이 대정부 협상을 타결해도 '후배 의사'를 설득하지 못하면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협이 지난 13일 의대교수 등 총 8개 단체가 참여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문'을 내놨어도, 정부가 의료계에 지속해서 '통일안'을 강조하는 숨은 이유이기도 하다. 의협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 중단"을 거론하며 후배 달래기에 나섰지만 의대생과 전공의의 합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복되는 내홍에 임현택 회장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 8개 단체 입장문 발표에 참여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에서 경기도의사회는 연명을 거부했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의협 회원 10명 중 8명가량이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탄핵) 청원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경기도의사회 조병욱 대의원과 부산시의사회 조현근 대의원이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간 자체 진행한 불신임안 투표의 중간결과, 지난 12일 오후 1시 기준 전체 참여 인원 1283명 가운데 987명(76.9%)이 불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의협 회원 10명 중 8명 가량이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탄핵) 청원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녹색이 찬성 비율./사진=유튜브 채널 '조병욱의 의료정책 이야기' 캡처의협 회원 10명 중 8명 가량이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탄핵) 청원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녹색이 찬성 비율./사진=유튜브 채널 '조병욱의 의료정책 이야기' 캡처
조병욱 의협 대의원은 "선거 당시 60%가 넘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임기 시작 이후 아무런 정책도 로드맵도 없었다"며 "집행부와 임현택 회장의 회무로 회원들은 분노를 넘어 지지가 불신임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설문조사가 불신임 발의를 염두에 뒀다는 점을 밝혔고 참여자의 이름과 면허번호, 소속 의사회라는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해 부담이 크다. (이를 통해) 참여자의 의사는 확실하며 그 의중의 크기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요건 성립 시 불신임안을 대의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윤석열 정부 지지율을 공유하며 "(임 회장 투표 결과와) 평행이론처럼 비슷하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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