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재발없는 완치' 현실로"…파로스젠 '암세포 연쇄사멸' 신약 임상 진입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9.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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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로스젠 신약 개발 연구진
김상윤 파로스젠 최고기술책임자·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변영로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육순홍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왼쪽부터)△육순홍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김상윤 파로스젠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변영로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가 19일 서울 명동 대신증권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 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파로스젠(왼쪽부터)△육순홍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김상윤 파로스젠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변영로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가 19일 서울 명동 대신증권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 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파로스젠


"표적이 되는 암세포는 물론 그 외 주변 암세포까지 사멸시키는 신개념 표적항암제입니다. '재발 없는 완치'가 가능한 거죠."

암세포를 줄사멸하는 차세대 표적항암제가 국내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연쇄사멸 효과를 유도하는 표적항암제 기술 '테드칼'(TADCAL·Targeted Anticancer Drug Conjugate using Apobomb Linker)을 개발한 파로스젠은 신약 파이프라인 'PGP2113'(MPD-1)을 최근 임상 1상에 올리며, 신개념 PDC(펩타이드-약물접합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상윤 파로스젠 최고기술책임자(CTO·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는 19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중구 대신증권 (16,760원 ▲80 +0.48%) 본사에서 진행한 회사 연구진과 인터뷰에서 "PGP2113은 비표적 암세포도 모두 사멸해 재발 없는 완전관해를 유도하는 차세대 항암신약"이라고 자신했다.



그간 표적항암제는 표적 대상인 암세포 외 다른 암세포는 사멸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반면 파로스젠의 테드칼은 종양이질성을 극복하는 신개념 플랫폼 링커(연결고리)인 '아포밤(Apobomb) 링커'를 활용,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했다. 종양이질성은 단일 종양 내에도 이질적인 암세포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특성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표적 암세포를 사멸해도 그 외 암세포에 내성이 생겨 항암제가 잘 듣지 않고 재발하게 된다.

테드칼은 암세포 사멸 시 나오는 카스파제(Caspase)-3 효소에 의해 아포밤 링커가 절단되면서 항암제 '독소루비신'을 활성화, 암세포를 연쇄 사멸하는 증폭 효과로 표적 암세포 주변의 암세포까지 완전히 관해하는 기술이다. 테드칼 기반의 신약 PGP2113은 체내 반감기가 약 3주인 인체 알부민(혈액 내 삼투압을 조절하고 몸의 균형을 맞추는 단백질)과 결합, 독성 없이 오랜 시간 순환이 가능하다. '암세포 사멸→효소 발현→약 활성화→암세포 사멸'의 피드백 루프가 지속되는 구조다.



김상윤 CTO는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하던 중 환자들의 심한 후유증 사례를 보고 다른 방식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적은 방사선 선량만으로도 암세포에 자극을 줄 수 있고 항암제가 자극받은 암세포에만 활성화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김 CTO와 △변영로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육순홍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권익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가 주축이 된 파로스젠 연구진은 공동연구를 통해 PGP2113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되는 PGP2113의 임상 1상은 오는 11월 중순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해 2026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PGP2113는 췌장암·대장암·폐암·유방암·전립선암 등 고형암에서 가장 흔한 돌연변이인 mKRAS(KRAS 변이)와 PTEN 유전자 결손(PTEN loss)을 모두 표적할 수 있는 항암제다. 변 교수는 "모든 mKRAS를 표적하거나 PTEN loss를 표적해 승인된 항암제는 아직 없다"며 "PGP2113은 암세포 증식을 위해 인체 알부민을 흡수하는 mKRAS와 PTEN loss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가진 암세포를 외부 자극 없이도 표적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파로스젠은 PGP2113의 후속물질로 PDC 시리즈 약물 'PGP2153', 혈관육종·대장암에 효과를 보이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약물 'TNT-ADC'(AH3911)의 두 가지 파이프라인 전임상도 준비 중이다. 김 CTO는 "PDC 약물은 종양이질성을 극복한 국산신약으로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넘는 신개념 게임체인저(판도를 뒤집을 제품)가 될 것"이라며 "기존 ADC와 달리 정상세포를 표적하지 않는 TNT-ADC는 종양내피세포와 종양세포를 동시 표적, 궁극적으로 모든 전이암의 재발 없는 완전관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존슨앤드존슨(J&J)·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도 파로스젠 약물의 진행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육 교수는 "PGP2113의 경우 임상 1상 종료 시기가 되면 실제 (기술이전 등) 계약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TNT-ADC는 전임상 단계의 원숭이 실험이 마무리되면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로스젠은 PGP2113의 임상 1상 종료가 예상되는 2026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기술이전과 함께 IPO(기업공개)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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