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급여까지 최소 3.5년 걸리는 한국…페이백 제도 해보자"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9.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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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버 에르칸 입센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13일 서울 강남구 입센코리아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제공=입센 코리아엔버 에르칸 입센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13일 서울 강남구 입센코리아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제공=입센 코리아


"희귀질환 환자 입장에선 신약의 존재를 알고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정말 고통스러울 겁니다. 허가만 되면 우선 치료 약을 쓸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요?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면 환자에게 신약을 우선 공급하고, 추후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페이백하는 제도도 고려해줬으면 합니다."

엔버 에르칸 입센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13일 서울 강남구 입센코리아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입센은 지난달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빌베이'를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았다.



빌베이는 희귀 유전질환인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의 소양증 치료제로 생후 3개월 이상 영아부터 사용하도록 허가됐다. 빌베이는 보건복지부의 '허가-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대상 약제로 선정돼 식약처 허가까지 10개월이 소요됐다.

에르칸 대표는 "한국에서 보통 신약이 급여까지 받으려면 최소 3.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범 사업에 참여해 전체 과정에서 2년 정도 단축됐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받은 빌베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건강보험급여 적용에서도 잘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빌베이가 한국에서 신속 신약 도입 과정에 선정된 이유는 단 하나,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성장이 어렵고 간 이식까지 받아야 하는 어린 PFIC 아기들을 살리자는 것"이라며 "아픈 아기 환자에게 급여 적용을 통해 하루빨리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국내 PFIC 환자 수는 50~60명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100만명 중 1명으로 대상자가 매우 적다. 간이식이 치료 방법으로 꼽히지만, 입센은 수술이 쉽지 않은 아기들을 고려해 최대한 본인의 간을 사용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빌베이가 알라질증후군, 담도폐쇄증 등 적응증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한국은 신약이 허가에서 급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불모지로 꼽힌다. 에르칸 대표는 "유럽에선 신약 도입 과정 중 나라별 환자가 기다리는 기간을 모니터링하고 가중치를 둔다"며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환자 입장을 고려해 한국에서도 도입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또 신약이 허가되면 가격 협상과 신약 공급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환자가 신약을 빠르게 접할 수 있고, 정부와 제약업체가 가격 협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제약회사가 환급하자는 것이다.

에르칸 대표는 "한국 신약 도입 과정에서 주로 전문가와 공무원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되는데 환자단체 등 환자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한 의사결정도 한국의 신약도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봤다. 한국 자체의 매출은 글로벌 매출의 1~2%에 불과하지만 우수한 헬스케어 인프라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 시스템으로 인해 신약 출시 과정에서 우선순위로 꼽힌다는 것이다.

에르칸 대표는 "입센코리아가 25년 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기초는 탄탄하게 다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혁신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희귀질환만큼은 일반 약에 적용하는 인구 모델이나 비용 효율성면에서 최대한 유연하게 생각해달라"며 "무엇보다 한국의 현재 의료사태가 빨리 해결돼 환자들이 빨리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치료받는 의료환경이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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