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 전세사기 벌인 40대 남성, 신림동에서도 또 사기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오석진 기자 2024.09.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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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임대인 염모씨, 부동산 신탁 전세사기 수법으로 구속돼 재판 중 보석석방…18억대 전세사기 별건으로 관악서에서 입건돼 송치예정

염모씨가 소유했던 서울 관악구의 한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염모씨가 소유했던 서울 관악구의 한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서 약 4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여 재판을 받는 임대인이 관악구에서 벌인 또 다른 전세사기로 검찰 송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사기와 사문서위조·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40대 남성 염모씨를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염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피해자 20여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약 1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염씨는 '부동산 신탁 전세사기'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신탁계약은 건물 소유권과 담보 등을 목적으로 신탁사에 건물 소유권을 넘기는 계약을 말한다.



은행은 신탁사가 소유한 건물 소유권을 담보로 원 소유자에게 대출을 내준다. 대출금을 갚으면 건물 소유권은 신탁사에서 원 소유권자에게로 넘어온다. 신탁계약을 맺은 건물은 소유권이 신탁회사에게 있어서 세입자를 받기 전 신탁사 동의가 필요하다.

염씨는 신탁사 동의를 받지 않아 자신이 임대할 권한이 없는 신탁 부동산을 임대하면서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다'며 피해자를 속였다.

염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2021년 약 70억에 관악구 신림동의 오피스텔 1채를 구매했다. 이 건물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넘기며 금융기관으로부터 5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염씨는 피해자들에게 위조된 서류를 보여주며 실제 자신이 대출 받은 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을 대출받은 것처럼 속였다.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경매를 통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수법으로 해당 오피스텔에 입주한 피해자 20여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18억원을 받아 돌려주지 않았다.



신탁 동의서 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신탁 계약의 우선수익자는 신탁사다. 염씨가 금융기관의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건물 소유권은 신탁사로 넘어간다.

애초에 신탁사 동의 없이 전세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세입자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 일자를 받아도 인정받지 못한다. 세입자는 거주하는 건물이 공매로 낙찰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또 불법 점유자로 간주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신탁사는 지난 3월 관악구 신림동의 염씨 소유 오피스텔 세입자들에게 신림동의 해당 건물을 공매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경찰은 염씨 범죄가 중대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일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나 유사 사건으로 구속 기소 후 1심 재판 중 보석으로 석방된 사실과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등을 고려하면 증거 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염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염씨는 앞서 강서구 화곡동에서 벌인 부동산 신탁 전세사기 범죄로 구속기소돼 서울 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염씨는 지난 5월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하며 "세입자 피해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주장했다.



염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강서구 화곡동에서 피해자 7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약 37억원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염씨는 당시에도 화곡동에서 오피스텔 4채를 구입하고 이 소유권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47억원을 대출 받는 부동산 신탁계약을 맺었다. 해당 건물 역시 신탁사가 세입자를 상대로 퇴거를 요청한 상황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뉴스1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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