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공화국 오명 쓴 한국…옆에서 몰래 거드는 중국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9.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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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디지털 성폭력]④ 딥페이크 음란물 최대 피해자 10명 중 8명이 한국인…"모두 가수"

편집자주 성폭력은 물리적 공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가상공간에서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언어 성희롱부터 실존 인물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물까지 다양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범죄일지, 어떤 처벌이 적당할지 아직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았다. 실제 성폭력에 버금가는 수준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현황과 처벌 가능성, 이에 필요한 사회적 논의를 짚어본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한국은 딥페이크 음란물 문제의 진앙."

가디언·B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최근 한국의 딥페이크(Deepfake·이미지 합성 기술) 음란물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한국이 몰카(몰래카메라), 텔레그램 'N번방' 사태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어두운 역사가 있다"며 이번에 딥페이크 음란물과 싸우며 전 세계적 문제의 진앙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딥페이크 음란물 문제는 과거 미국 등에서도 논란이 됐었고, 확산한 영상 대부분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국이 오명을 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12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매체들은 한국의 성(性)차별, 성희롱 문화, 왜곡된 성인식 속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발전, 낮은 처벌 강도 등이 한국 내 디지털 성범죄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특히 영상을 유포하는 채팅창이 한국어로 이뤄졌다는 점을 앞세워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자와 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특정했다.



WSJ은 "익명의 텔레그램 사용자 수십만 명이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조작된 한국 여성들의 사진을 (당사자의) 허락 없이 유포했다. 영상이 유포된 채팅창은 한국어로 이뤄졌다. 이는 해당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한국은 전 세계에 확산한 딥페이크 음란물의 약 절반을 공급하는 국가"라며 한국의 딥페이크 음란물 사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과거 오랫동안 '불법 촬영 공화국'으로 불렸던 한국이 이젠 '딥페이크 공화국'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매체들은 딥페이크 음란물 대부분이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과거 연구 자료를 인용해 한국을 '중국발 영상의 피해국'으로 봤다. 미국 대표 대중문화잡지인 롤링스톤은 2019년 네덜란드 사이버보안 연구업체 딥트레이스의 자료를 인용해 "케이팝(K-POP)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케이팝 스타들이 딥페이크 영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케이팝 스타들의) 딥페이크 영상 대부분은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케이팝의 주요 소비국 중 하나인 만큼 케이팝 가수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도 많이 제작하고 이를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비영리 뉴스 매체인 마켓플레이스는 지난 6월 "최근 중국 내 딥페이크 기술 가격이 저렴해지고, 해당 기술을 습득해 활용하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간단해졌다. 틱톡, 더우인 등 중국 SNS 내 AI로 생성한 '외국인의 딥페이크 영상'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중국에 자신의 딥페이크 영상이 있는지 알아내는 건 쉽지 않아 관련 처벌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음란물 영상 분석/그래픽=이지혜딥페이크 음란물 영상 분석/그래픽=이지혜
미국 사이버보안업체인 시큐리티히어로의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이고 한국인 가수는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은 딥페이크 음란물의 가장 큰 표적이 되는 국가"라며 "딥페이크는 엔터테인먼트, 정치, 허위 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특정 형태 특히 노골적인 성격의 콘텐츠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큐리티히어로가 2023년 7월15일~8월29일(현지시간)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딥페이크 채널 85개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한 결과 영상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 비중은 전체의 53%로, 2위인 미국인(20%)을 크게 앞섰다. 일본인, 영국인, 중국인의 비중은 각각 10%, 6%, 3%였다.


또 보고서가 꼽은 딥페이크 음란물의 최대 피해자 10명 중 8명이 한국인이었고, 이들 모두 가수였다. 보고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한국인 가수는 딥페이크 음란물 1595건에 등장했고, 영상 조회수는 561만회 이상에 달했다. 두 번째 피해자의 영상은 1238건으로 조회수는 386만5000회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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