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손해 볼일 없는 신민아의 우량 로코 '손해 보기 싫어서'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9.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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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웃고 샤방샤방 설레는 병맛 유머의 향연

사진=tvN사진=tvN


“대체 얼마를 내야 손해 보지 않는 걸까?”

결혼한 사람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생각지 못한 상대나 직장 동료 등 친분이 아리송한 상대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면 한 번쯤은 해 봤을 축의금에 대한 고민. 드라마 대사처럼 ‘이것은 청첩장인가, 고지서인가?’ 되짚어보게 됐다면, 금액에 대한 고심은 당연하게도 따라온다. 이와 함께 결혼식 주인공과의 관계성을 재단하고, 나아가서는 관계의 미래성까지 짚어보는 현실적 고민에 빠지는데, 식장의 식대까지 귀동냥하게 되면 좀처럼 ‘내 마음껏’ 축의금을 정하기는 어렵다.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의 주인공 손해영(신민아)은 그래서 자신이 낸 축의금을 돌려받을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tvN 월화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극본 김혜영, 연출 김정식)는 인생도 사랑도 적자 나는 건 참을 수 없는 여자가 손해 보기 싫어서 결혼식을 계획하고, 그런 여자의 가짜 신랑이 된 남자와의 손익 제로 로맨스를 그린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름부터 제 삶에 손해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손해영은 어린 시절부터 치열했다. 초등학생 시절엔 매번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를 시키는 체육 선생님에게 반기를 들었다. 운동장 사용 면적이 불공평하다는 문제 제기였다. 각자 좋아하는 종목을 시켰다는 설명에도 손해영은 “해보지도 않고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아느냐”고 여자아이들에게 반문했다. 또 자신은 피구보다 손해 보지 않는 게 더 좋기에 축구를 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이미 떡잎부터 남달랐던 손해영은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사회성이 생겼다는 정도였다.



대학 선배이자 회사 입사 동기, 그리고 전 남자친구였던 안우재(고욱)의 결혼식에 초대받은 손해영은 축의금 액수를 고민한다. 회사 동료이기에 참석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같은 팀 차장의 악의 없는 훈수는 초반 생각했던 축의금을 세 배로 껑충 뛰게 만든다. 하지만 결혼식이 진행되던 중 그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손해영은 분노하고, 상상으로나마 흰색 테이블보를 드레스처럼 두른 채 신랑을 사이에 두고 당당히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인다. 비록 현실엔 신부의 부케를 품에 안고 말지만 말이다.

손해영은 안우재에게 축의금을 돌려받으려 하지만, 그는 “네가 결혼하면 돌려주겠다”며 뻔뻔하게 나온다. 그 사이 회사의 복지 대부분이 기혼 직원에게 몰려있다는걸, 그래서 미혼 직원이 훨씬 손해라는 걸 알게 된 손해영은 생각이 많아진다. 사내 공모전 소식에 열의를 보이며 최연소 임원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지만, 이마저도 미혼 직원은 배제된다는 말이 들려오자 손해영은 결혼을 결심한다. 정작 중요한 남편 없이 결혼을 준비하던 그는 자신과 매일 편의점에서 마주치던 편의점 알바생 김지욱(김영대)에게 ‘단기 신랑’ 자리를 제안한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손해 보기 싫어서 마음에도 없이 하게 됐지만, 손해영과 김지욱의 결혼식은 계획대로 성공한다. 그 사이,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댔던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결혼식을 위해 필요했던 ‘단기 신랑’ 김지욱은 이후 손해영의 시야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로 인해 손해영은 신경이 쓰인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손해영은 계획대로 사내 공모에서 1등을 해 승진을 이루고, 자취를 감췄던 김지욱은 편의점에서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매력남 신입사원으로 손해영 앞에 나타난다.

동그란 눈에 보조개가 매력적인 신민아는 마치 만화 속에 존재할 것 같은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껏 누군가의 첫사랑으로 손꼽혀온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은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비현실적인 존재를 현실로 끌어오는 연기력과 외모, 여기에 더해진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지금껏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기질적으로 계산력을 타고나 남들보다 더 손익 분기점에 예민한 손해 보기 싫은 여자 손해영 역을 맡아 전작들과는 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수위 높은 대사와 곳곳에 등장하는 욕설들을 찰지게 소화하는 그의 모습이 ‘손해 보기 싫어서’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올린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손해영의 가짜 신랑 김지욱 역은 배우 김영대가 소화한다. 극중 김지욱은 ‘편의를 봐 드리는’ 편의점 야간 알바생으로 등장하지만, 너드남의 모습으로 손해영을 만나 환골탈태하는 매력남이다. 훤칠한 키와 절로 미소가 나오는 마스크로 데뷔 당시부터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영대는 너드남 알바생에서 손해영의 ‘단기 신랑’이자 어쩌면 손해영에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를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 아니 안경 벗은 왕자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저렇게까지 손해 보지 않고 살려는 이유가 뭐야?’라고 반문하고 싶어졌던 시작이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손해영이 절대로 손해 보지 않고 살려는 이유가, 김지욱이 제 얼굴을 감추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하나둘 풀어지기 시작했다. 청첩장 에피소드처럼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들이 그간 감췄던 상처를 드러내고 서로에게 진심이 되는 순간을, 그 재미의 계단을 함께 즐기고 싶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사람들이 ‘손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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