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건강악화·소득감소'…"1.5℃ 목표 아직 포기 말아야"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4.09.13 05:03
글자크기

[한반도 기후리포트: 날씨의 습격-기후과학자에게 묻다]
⑤이준이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편집자주 사상 최장 열대야, 시간당 100㎜의 폭우 등 올해 여름을 포함해 최근 몇년간 기록적 폭염과 폭우가 한반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이전과 다른' 날씨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를 '한반도 기후리포트'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 본다. 그 첫 순서로 지금 겪고 있는 이상기후가 지구온난화와 어떤 관계인지, 한반도에서 특히 주목되는 이상기후는 어떤 것인 지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 본다.

이준이 부산대학교 교수/사진=권다희 기자 이준이 부산대학교 교수/사진=권다희 기자


"1.5℃ 목표를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대응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9일 부산대학교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논의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게 시급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에 의한 것' 과학적 규명 끝…기후변화 대응으로 초점
이준이 교수는 한국 과학자 중 처음으로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실무그룹보고서 총괄주저자 및 종합보고서 핵심저자로 참여했다. 통상 6~9년 주기로 나오는 IPCC 종합보고서는 기후 관련 과학·영향·저감 영역에 대한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다. 이 교수는 지난해 초 발표된 6차 종합보고서의 핵심저자 중 한 명이었으며 이에 앞서 꾸려진 IPCC 제1 실무그룹(기후변화 과학) 보고서에서 미래 기후변화를 평가하는 4장의 집필을 총괄했다. 그는 6차 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세계 기후과학자 및 사회과학자들과의 소통을 지속하고 있으며 후속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이 교수와 만나 전세계 기후 관련 학계의 동향과 한국에 가장 필요한 과제를 들었다.



이 교수는 "지금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자연적 변동성을 넘어 훨씬 큰 폭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하고,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과학적 규명이 끝났다"며 "최근 전세계 기후과학계의 관심사는 단기, 즉 앞으로 10~30년간의 기후변화로 모아지고 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서 기후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연구주제는 장기 추세, 즉 약 2100년 정도까지 인류가 선택하는 사회경제적 경로에 의해 달라지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상당히 진행된 지구온난화가 인간과 생태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극한 기상·기후 현상이 세계 도처에서 빈번히 발생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에 대한 연구로 학계의 관심이 옮겨졌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가 지금 진행 중인 연구 역시 엘니뇨·대서양 수십년 변동성 등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이 인위적인 기후변화와 결합해 어떻게 기후위험을 증폭하거나 상쇄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실질적인 단기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및 IPCC 보고서/그래픽=이지혜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및 IPCC 보고서/그래픽=이지혜
기후변화, 생태, 건강, 사회경제 총체적 위기 불러 와
특히 이 교수는 IPCC 종합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다른 분야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학자들과 소통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학문적 융합이 필수적이란 걸 상기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과학·적응·완화 실무그룹들 사이에 경계가 뚜렷했지만 점차 세 그룹 전문가들의 공동연구, 학계간 유기적인 연구를 토대로 나오는 종합적 방안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가 인간 건강과 생물다양성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 영향이 경제에 연쇄적인 비용을 초래하며 총체적인 사회생태적인 비용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6차 IPCC 종합보고서는 폭염과 가뭄의 극심한 발생이 식량가격 상승, 생계 소득 감소 및 건강 악화에 따른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내렸다. 폭염과 가뭄에 따른 토양 수분 감소와 토양의 질 악화는 농산물 작황을 악화시켜 농업 생산성 저하·농산물 가격 상승이라는 경제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뿐 아니라 아동의 영양부족을 초래하며, 노동력 저하와 생계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PCC 7차 보고서 작성 주기에서 첫 번 째로 작성되는 '기후변화와 도시' 특별보고서 역시 융합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이루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인터뷰 중 일관되게 "희망이나 절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현실을 진단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며 대응을 크게 늘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인간활동에 의해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대비 1.2℃ 정도 진행됐다. IPCC 6차보고서는 2030년 초중반경 1.5℃ 지구온난화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2030년 초반 1.5℃ 상승, 2050년경 2℃ 상승에 도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1.5℃ 제한도 어렵지만 2℃ 아래로 제한하는 목표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라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교수는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면 기후변화 경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과제로 공정한 에너지전환과 에너지효율 향상을 꼽았다. 이 교수는 "한국은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여전히 크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만이 아니라 새롭게 발생할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준이 교수는
△2015년~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2017~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프로젝트 리더 △2021~2023 IPCC 6차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 핵심저자 △2018~2021 IPCC 6차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총괄주저자 △2005~2013 하와이대학교 국제태평양 연구소 연구원 △2003~2005 미국 항공우주연구원(NASA) 가다드 항공우주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석사·박사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학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