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만원 받은 손준호…선수 생활, FIFA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차유채 기자 2024.09.1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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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선수 손준호(수원 FC)가 승부 조작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다만 중국 팀 동료 김경도(진징다오)로부터 20만위안(약 3764만원)을 받은 일은 사실이라며 '서로 선물을 준 돈독한 사이'일뿐 승부조작 대가성 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수원종합운동장 내 수원시체육회관 2층에서 승부 조작 혐의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10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지난 3월 풀려나 귀국했다.

손준호가 받은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이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적용된다.



그는 가족 걱정에 어쩔 수 없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했다며 "이후 변호사가 '잘못도 없는데 왜 혐의를 인정했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일한 판단을 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내가 승리 보너스로 16만위안을 받는데, 사람들이 20만위안을 받기 위해 승부 조작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혐의를 인정하고 석방됐고, 관련 내용을 발설할 경우 축구를 더 못할 것이라는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 친구가 산둥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해 적응에 도움을 줬다. 가족이 왔을 때 챙겨주기도 해 서로 선물을 주며 돈독해졌다"면서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조사받을 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했다. 승부조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20만위안을 주고받았는지 입증할 자료는 없다고. 그는 "공안 측에 조사 당시 음성 파일 열람을 요청했는데 '모두 삭제됐다'고 한다. 이 부분만 제대로 밝혀진다면 (협박으로 거짓 자백한 걸)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10일 CFA는 손준호(당시 산둥 타이산)에 대해 영구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손준호를 포함해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4명이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17명은 5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손준호는 당장은 K리그1 일정 소화가 가능하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 측 징계를 받아들이면 K리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중국 측에 관련 문서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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