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폭파" 전화 한 통에 발칵…중국인의 '장난' 못 잡았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4.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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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해 11월 경찰의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경찰특공대 인원과 탐지견이 폭발물을 찾아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해 11월 경찰의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경찰특공대 인원과 탐지견이 폭발물을 찾아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난 살고 싶지 않다. 63빌딩에 폭탄을 설치했다"

11년 전인 2013년 9월 12일 오전 11시20분쯤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목요일이었던 그날, 평일임에도 많은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63빌딩에 방문했던 상황이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고층 빌딩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경찰은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신고 접수 후 경찰은 곧바로 소방, 군 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건물 수색 작업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신고자는 "63빌딩 별관 3층에 있는 PC방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과 소방 등은 인원 8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건물의 3층 통행을 막은 뒤 일대를 수색했다.

다행히 신고 내용은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63빌딩 3층에는 애초에 PC방이 없었고, 탐지견 등을 동원한 수색 작업에서도 폭발물 의심 물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난전화 범인은 중국인…해외에서 신고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63빌딩 전경. /사진=뉴시스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63빌딩 전경. /사진=뉴시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경찰은 이번 사태의 원인인 허위신고의 출처 파악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장난전화를 건 사람은 30대 중국인 류모씨였다.

심지어 류씨는 비슷한 내용의 장난전화를 경찰에 지속해서 걸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류씨는 2013년 8~9월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허위신고를 무려 네 번이나 한 것으로 조사됐다.


류씨의 범행은 경찰의 IP 주소(Internet Protocol address) 역추적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류씨가 사용한 전화번호를 역추적했고, 류씨가 중국에서 인터넷전화를 활용해 서울 경찰에 장난전화를 건 사실을 알아냈다.

피의자 류씨가 중국에서 범행을 벌인 탓에 경찰은 별다른 조처를 할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범행은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대사관 측과 협의해 류씨가 한국에 입국할 경우 통보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장난전화 단골 소재'였던 63빌딩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높이 약 250m에 달하는 63빌딩은 1985년 완공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2010년을 전후로 중국과 중동 지역에 높이 300m 이상의 마천루(skyscraper)들이 생기기 전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남다른 상징성을 가졌던 건물이다 보니 63빌딩은 2000년대 장난전화 단골 소재로 활용됐다. 2009년 3월과 2007년 9월, 2001년 10월에도 폭발물 설치 장난전화가 접수돼 소동이 빚어진 바 있다.

2009년 허위신고 피의자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오모군이다. 오군은 이틀에 걸쳐 경찰에 "63빌딩 28층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장난전화를 10여차례 걸었다.



오군의 장난전화에 경찰과 관계 당국은 실제 현장에 출동해 63빌딩 통제 후 2시간가량 수색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오군의 행동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낭비됐다고 판단, 그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2007년 장난전화의 범인은 당시 10세에 불과했던 김모군이다. 김군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63빌딩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에 보냈다.

초등학생의 장난 문자 메시지 한 통 때문에 경찰과 소방이 63빌딩에 투입돼 수색을 벌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김군은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였던 탓에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2001년 사건의 경우 범인이 특정되지 않았다. 당시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경찰에 "낮 12시에 63빌딩은 테러로 인해 폭파될 것"이라고 허위신고를 했다. 경찰 등은 건물에 인원을 투입해 경계 태세를 갖췄고, 사건이 벌어지지 않자 허위신고로 판단해 병력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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