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중국어 문자에 '아! 그 친구' 톡 했더니…또 바뀐 낚시 수법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박수현 기자 2024.09.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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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발신 미끼 문자 기승…2차 범죄 피해 주의보

지난달 5일 박모씨는 00777 국제발신번호로 중국어 문자를 받았다. "안녕 오랜만이야. 나 한국 갈 준비를 하고 있어. 너는 한국 어느 도시에 있니? 톡에 내 번호 추가해줘." 등의 내용이다. /사진=독자제공지난달 5일 박모씨는 00777 국제발신번호로 중국어 문자를 받았다. "안녕 오랜만이야. 나 한국 갈 준비를 하고 있어. 너는 한국 어느 도시에 있니? 톡에 내 번호 추가해줘." 등의 내용이다. /사진=독자제공


"안녕. 오랜만이야. 나 한국 갈 준비를 하고 있어. 너는 한국 어느 도시에 있니? 톡에 내 번호 추가해줘."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28)는 지난달 5일 '00777'로 시작되는 국제발신번호로 중국어 문자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카카오톡 아이디와 연락처가 모두 적혀 있었다. '방금 수신한 문자메시지는 해외에서 발송됐다'는 안내 문자도 있었다.



평소 중국어가 능통한 박씨는 대학 때 만난 중국인 친구에게 연락이 온 줄 알았다. 반가운 마음에 아이디를 추가하고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모르는 사람이었다.

박씨는 "내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냈는지 무섭다"며 "중국에 내 번호가 유출됐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 며칠 동안 계속 연락이 오고 이름과 연락처도 물어봐서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언제 시간 되면 싱가포르 놀러와요" 수상한 중국어 문자
박모씨가 문자가 온 중국인 아이디를 추가하고 직접 대화 나눈 내용. /사진=독자제공박모씨가 문자가 온 중국인 아이디를 추가하고 직접 대화 나눈 내용. /사진=독자제공
최근 영어, 중국어 등으로 문자를 보내는 '국제 발신' 미끼 문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외국어 자체를 문자를 보낸다.

당시 박씨는 아이디를 추가하고 중국인에게 대화를 걸었다. 중국인은 "내 이름은 진화다. 싱가포르에 13년 있었다. 이곳에 내 회사가 있다"며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느냐. 언제 시간 나면 싱가포르로 놀러와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대화 중 자신이 알던 친구가 아님을 알게 된 박씨는 "내 친구가 맞느냐" "나는 싱가포르에 간 적이 없다" "내 이름 정확히 아느냐"고 물었다. 중국인은 "혼자 한국에 있느냐. 가족이랑 같이 사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번호랑 휴대폰이 맞는지 확인해보겠다. 휴대폰 번호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박씨가 재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자 중국인은 "아마 잘못 추가한 것 같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중국인은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좋은 아침이다. 아침 회의 준비하느냐"며 안부를 물었다. 이어 "나는 쓰촨성 청두 사람이고 1972년이다. 여동생이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씨는 그로부터 2주 뒤 중국 대사관과 중국 회사를 사칭하는 연락을 두 차례 받기도 했다. 박씨는 "두 전화 모두 국제 전화였다"며 "중국어로 급한 용무가 있어 연락했다고 했다. 9번을 눌러 달라고 말하길래 수상해서 끊었다"고 말했다.

'국제 발신' 미끼 문자… 범죄 당하기 전까지 특정 어렵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도 지난 7월부터 지난 3일까지 '국제 발신' 번호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추가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할 말이 있다' '우리가 서울에서 처음 커피를 마셨던 그 날을 기억하느냐' '베트남에서 서울로 오는데 같이 식사할 시간이 있느냐' 등의 내용이다./사진=독자제공30대 직장인 김모씨도 지난 7월부터 지난 3일까지 '국제 발신' 번호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추가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할 말이 있다' '우리가 서울에서 처음 커피를 마셨던 그 날을 기억하느냐' '베트남에서 서울로 오는데 같이 식사할 시간이 있느냐' 등의 내용이다./사진=독자제공
국제 발신 스팸 문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국외발 대량 문자 발송서비스 신고·탐지 비율은 9.9%였지만 지난해 상반기 비율은 14.2%, 지난해 하반기 비율은 16.7%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국제 발신' 미끼 문자는 로맨스스캠, 투자 리딩방 사기 등 범죄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통합 보안 기업 '이스트시큐리티대응센터'(ESRC)가 발표한 스미싱 트렌드 자료에는 '라인 ID를 추가해달라' 등의 광고성 문자가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메신저 계정 추가를 요청한 뒤 불법 주식 리딩방 가입을 유도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대부분 미끼 문자는 가상 전화번호를 이용해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국제 발신 문자는 나라마다 기준도 다르고 계속해서 번호를 바꾸기 때문에 사실상 통신사도 사전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발신 미끼 문자는 중대한 범죄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예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선적으로 개인이 해당 문자들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발신 스팸 차단 방법.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국제 발신 스팸 차단 방법. /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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