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AFP=뉴스1) 윤주현 기자 =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4.09.10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도전자 입장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상대로 팔순이 넘은 그의 나이와 기억력 등을 조롱하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석 달 만에 바뀐 상대방을 맞이한 그는 방어적인 입장에서 19살이나 차이 나는 해리스를 상대로 자주 흥분하면서 약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경제문제와 관련한 사회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토론에서 해리스는 "미국 중산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집 장만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세제혜택 등으로 늘려나가 경제 도약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내놓은 관세 부과 정책은 단지 20% 판매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 재정적자를 증가시키고 중산층에 큰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공세를 시작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 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2024.09.11 /AFPBBNews=뉴스1
트럼프는 "해리스가 또 거짓말을 한다"고 부정하며 "나는 그것을 주 정부들에게 맡기자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의 임신 중절 금지정책에 서명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며 "그런 법안이 내 책상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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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해리스는 "20개 주 이상이 낙태죄를 물어 의사까지 범죄인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트럼프가 재선되면 연방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는 논쟁거리가 나올 때마다 느슨해진 국경과 불법이민자 문제를 과장해 꺼내들었다. 바이든 정부가 국경을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나라가 망가지고 있다는 논리였다. 트럼프는 "이민자 때문에 정작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서 생긴 일자리는 제 임기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주장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해리스는 발언 기회가 오자 "트럼프가 남긴 건 최악의 팬데믹과 대공황 이후 최고 실업률,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었다"며 "트럼프는 국민 여러분을 위한 약속이 없고, 오직 자신과 지인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돼 법의 처벌을 받는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게 대단하다"며 "트럼프는 미국 헌법을 무시했고 국가안보와 선거개입, 성폭력 등 혐의로 앞으로도 법정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의 공격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트럼프는 무분별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며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불법) 이민자들은 많은 수의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고 했다. 아이티 이민자들과 관련된 인터넷 음모론을 스스로 공개토론에서 꺼내놓으며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조장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 2024.09.10 /AFPBBNews=뉴스1
외교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는 자화자찬식 평가를 늘어놓았다.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 자신을 칭찬한 것을 소개하면서 과거 임기에 권위주의 국가 리더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외교를 펼쳤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북한 독재자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것처럼, 이 독재자들이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를 비웃으며 미국의 군 사령관들도 그를 너무 수치스러워 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중동전쟁과 관련해선 "전쟁은 지난해 10·7 하마스의 테러로 시작됐고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국가를 방어할 권한을 가졌던 것"이라며 "그러나 양측의 군사공세로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해리스는 이스라엘을 싫어한다"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중동문제는 더 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양자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해리스는 "오늘 여러분은 미국에 대한 두 가지 매우 다른 비전을 들었을 것"이라며 "하나는 미래에 초점을 맞춘 비전이지만 남은 하나는 과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를 후퇴하게 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우리는 결코 과거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해리스는 많은 공약을 내놨지만 그렇다면 지난 4년간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고 비난하면서 "이들은 미국을 파괴했고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과 부통령"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