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치권 나서도…아이돌 성적묘사 '알페스 용의자' 다 풀려났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정세진 기자 2024.09.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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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디지털 성폭력]①다양해지는 디지털 성폭력, 법적 대응 위한 사회적 공감대 시급

편집자주 성폭력은 물리적 공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가상공간에서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언어 성희롱부터 실존 인물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물까지 다양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범죄일지, 어떤 처벌이 적당할지 아직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았다. 실제 성폭력에 버금가는 수준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현황과 처벌 가능성, 이에 필요한 사회적 논의를 짚어본다.

2021년 1월 19일 오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는 수사의뢰서를 경찰에 제출했다./사진=김성진 기자2021년 1월 19일 오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는 수사의뢰서를 경찰에 제출했다./사진=김성진 기자


디지털 성폭력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알페스' 용의자들이 기소유예 처분에 그쳤다. 정치권 최고위층이 나서서 엄벌을 촉구하며 고발했지만 결국 처벌하지 못했다. 디지털 성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2021년 6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 알페스 제작·유포 용의자 7명이 최종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해 1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최고위원(현 개혁신당 의원) 등이 알페스 관련자 110여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한 결과다.



미성년 아이돌 성행위까지 묘사한 알페스·섹테 모두 기소유예
알페스는 RPS(Real Person Slash)를 빠르게 발음한 단어다. 대개 아이돌 팬들이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가상스토리 '팬픽'의 일종으로 여겨지는데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고 이들의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남성 동성애'로 스토리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미성년 아이돌 멤버를 대상으로 한 알페스도 텔레그램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미성년 아이돌 등을 대상으로 노골적 성행위를 묘사하는 콘텐츠까지 퍼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2021년 1월 알페스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만여명이 힘을 보탰다. 고주희 당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아동·청소년의 성행위 등을 표현하는 그림을 포함하거나 딥페이크를 이용해 특정인을 성적 대상화하는 경우에는 현행법상 처벌대상이 된다"고 밝혔지만 결국 기소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경찰이 입건한 7명 중 2명은 단순한 글·그림 알페스가 아닌 '섹테'를 제작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섹테는 목소리를 짜깁기해 마치 성행위 중 신음소리를 내는 듯한 연출이 가미된 음성파일이다. 이는 성착취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는 알페스와 달리,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주된 의견이었다.

일명 '딥페이크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14조 2의 1항은 처벌 대상 영상물을 규정하면서 '사람의 음성을 대상으로 한 음성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를 포함한다.

"늘어나는 디지털 성범죄, 법적 대응 위한 사회적 논의 필요해"
/삽화=김현정디자인기자/삽화=김현정디자인기자
충분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범죄가 가벼운 처벌에 그치거나 아예 처벌을 피해가는 건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상 배포 목적이 아니면 처벌이 어려운데 목적이라는 게 주관적이다 보니 검찰에서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봤다.


이 교수는 "어느 정도의 행위까지가 반사회적인 것으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가운데 디지털 윤리의식도 박약해 디지털 성범죄물이 급증했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물의 제작·소지만으로도 처벌하자는 의견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국회에서도 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을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 법이 어떻게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을지 논의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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