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ENM
2015년 개봉한 ‘베테랑’은 1341만 명을 동원한 초대박 흥행작으로,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형사를 비롯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어이가 없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 각종 명대사를 낳은 바 있다. ‘베테랑2’는 9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한층 깊어진 메시지를 담고 돌아왔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지만 엄연히 다른 아우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형과 아우는 얼마나 다른가. 메인 포스터에 적힌 슬로건부터 다름을 감지할 수 있다. ‘베테랑’의 메인 포스터엔 ‘2015 범죄오락액션’이란 슬로건이 적혀 있지만 ‘베테랑2’엔 ‘2024 액션범죄수사극’이라 명명돼 있다. 그만큼 오락은 덜어졌고, 범죄의 영역은 늘어났고, 수사를 위한 액션은 한층 진해졌다. 그에 따라 관객들의 기대는 어느 방면에선 충족되고, 어느 방면에선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건, 단순하게 즐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되새김질하듯 반추할 여지가 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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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초반부터 가해자들을 처단하는 자경단의 존재를 밝힌다. 그러니 이것은 빌런의 존재를 쫓는 추격물의 장르와는 다르고, 악을 통쾌하게 처단하는 인과응보와도 성격이 다르다. 사적제재를 가하는 자경단에 대해 그간 대중문화는 약간의 의문을 가하면서도 대체적으로 열광해 온 편이다. 자경단의 고전 캐릭터라 할 만한 배트맨부터 최근의 ‘모범택시’ ‘국민사형투표’ ‘비질란테’ ‘살인자ㅇ난감’ 같은 다크 히어로물의 흥행을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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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베테랑2’는 섣부른 신념의 정의구현과 그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라고 일갈하는 서도철 형사의 말처럼 사람을 죽이는 사적제재 행위에 대중이 ‘사이다’라고 환호하는 것이 맞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 정의구현을 빌미 삼아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사이버 렉카의 존재에 대한 비판,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양산되는 가짜 뉴스 등 동시대의 갖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질문은 덤.
‘정의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진일보한 연기와 액션을 선보이느냐’에 대한 대답은 확고히 예스라 답할 수 있겠다. 서도철 형사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9년 전 카키색 항공점퍼를 입고 여전히 몸을 사리지 않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모습으로 베테랑 형사의 모습을 과시하는 가운데,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빠로의 존재감이 더해지며 풍성한 이야기를 만든다. 새로 합류한 정해인은 발군이다. ‘엄친아’의 말간 얼굴 뒤에 ‘맑눈광’의 기운을 보이는 ‘UFC 경찰’ 박선우로 분한 정해인의 눈빛이 쉬이 잔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안방에 이어 극장에서도 쌍끌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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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개봉하는 ‘베테랑2’는 추선 연휴 시즌에 별다른 대작 경쟁작이 없어 일단 흥행은 보장돼 보인다. 전편과 다른 결로 곱씹는 메시지에 관객이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따라 전편과 더불어 1000만 관객으로 향할 수 있을지 판가름날 듯. 러닝타임 118분, 15세 관람가. 쿠키 영상이 있으니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