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라지만…'가계' 고객 감소에 속 앓는다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9.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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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예금 구성 현황/그래픽=김지영기업은행, 예금 구성 현황/그래픽=김지영


'기업'은행이 줄어드는 '가계' 고객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예금 부문에서는 정기예·적금과 입출식예금이 줄고 중금채 비중이 높아지며 자금조달 창구가 좁아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카드·연금 부문을 신설하고 고금리 파킹통장을 내놓는 등 가계(개인)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지난 6월말 기준 중금채 발행액은 17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0조5000억원)에 견줘 11조2000억원(7.0%)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총예금 중 중금채 비중은 55.1%에서 57.1%로 2%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약 80%가 정기예·적금으로 구성된 기타예금은 27조3000억원에서 25조8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5.5%) 빠졌다.



중금채 비중이 늘고 정기예·적금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조달에서 개인 고객의 비중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중금채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만들어진 은행채다. 중금채는 채권 시장과 은행 창구에서 약 4대6 비율로 소화되는데 시장에선 기업(기관 포함)이 매수하고 창구 소화분의 절반은 기업이 차지한다. 전체 수요의 약 70%가 기업이라는 뜻이다.

중금채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기에 통상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게 책정된다. 지난 2분기 중금채 금리(창구)는 3.57%로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정기예·적금 금리(3.5%)보다 높았다. 중금채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조달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와 같이 채권시장이 경색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량 조절 압박을 받아 조달계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있다.



기업은행, 대출 구성 현황/그래픽=김지영기업은행, 대출 구성 현황/그래픽=김지영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취임 일선부터 '개인고객 확충'을 강조해왔다. 지난 8월 창립 63주년 기념식에서도 "1700만 개인고객을 통해 종합적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근로자와 군인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고객층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카드와 연금 부문을 독립그룹으로 재편했다. 개인 고객이 많이 찾는 분야를 더 키우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최근에는 부산시금고 입찰에도 참여했다. 현재 기업은행이 금고를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수원시가 유일하다. 입찰에 성공하면 저원가성 예금이 확대되고 부수 거래 유치 등으로 개인 고객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 개인 고객 유치를 위해 연달아 내놓은 '고금리 파킹통장'도 지난 7월 내놨다. 'IBK개인 입출통장'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입금 가능하며 하루만 맡겨도 연 최고 3% 금리를 제공한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개인 고객의 기반이 넓어 예금이 충분하다면 중금채 등 시장이 안 좋아도 조달이 자유롭다"라며 "또 가계대출을 늘리는 방법도 파생된 거래로 자금조달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개인고객 확충을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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