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때 판·검사 파업했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기자수첩]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4.09.11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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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예전에 로스쿨 도입한다고 할 때 법대생이고 법조인이고 대부분이 반대했죠. 그런데 그 때 판·검사나 변호사가 파업했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분야 확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해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을 떠나고 수업을 거부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국민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을 비판하며 나온 말이다.



'의사와 법조인을 동일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 발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응급실에 의사가 모자라 환자들이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는 뉴스가 터져나오지 않나. "이번 연휴엔 아프지 말라"는 말이 추석 인사말이 됐다는 웃기 힘든 농담까지 들린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언제 해결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했고 꽤 긴 시간 봉합이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불편만 커져가고 있다. 빠르게 의견 차이를 좁혀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비난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여야가 의료계를 포함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대통령실이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실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의료계를 향해 "일단 대화의 장에 나오라, 어떤 내용으로든 대화하자"는 뜻을 연일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사 단체는 이미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부터 전면 백지화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실상 논의를 거부한 셈이다. 전면 백지화 주장을 하더라도 대화의 장에 나와서 하자는 것인데 왜 장외에서만 목소리를 높이는지 이해가 어렵다.

의료계가 빨리 답해야 한다. 단일한 안이 아닐지라도,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닐지라도 대화의 장에 나와 목소리를 내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달 초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79%였다. 국민들이 의료 공백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정수 기자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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