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넥스트도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길목에 선 ‘19.99’ [뉴트랙 쿨리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9.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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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넥스트도어 / 사진=KOZ 엔터테인먼트보이넥스트도어 / 사진=KOZ 엔터테인먼트


그룹 보이넥스트도어가 지난 9일 미니 3집 ‘19.99’를 발매했다. 타이틀곡인 ‘나이스 가이(Nice Guy)’를 비롯해 ‘부모님 관람불가’, ‘돌멩이’, ‘스킷(SKIT)’, ‘스물’, ‘콜 미(Call Me)’, ‘나이스 가이’ 영어 버전까지 7곡이 수록됐다. 뜻을 쉽게 알 수 없는 앨범명은 스무 살이 되기 직전의 상태를 의미한다. 20이 되기엔 0.01이 부족한 이 숫자의 불완전함은 ‘19.99’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완벽하지 않다거나 엉성하다는 뜻이 아니다. 완전하지 않기에 갖는 더 살에 와닿는 공감과 맞닿아있는 앨범이다. 자신들의 팀 의미처럼 이 옆집 소년들의 노래는 친근하고 현실적이다.

‘19.99’의 트랙들은 듣기가 편안하지만 세련됐다. 멜로디는 서두르지 않고 유연하게, 목소리는 부드럽고 간지럽게, 바이브는 유려하고 맑게. 보이넥스트도어는 그렇게 ‘19.99’의 트랙들을 떠냈다. 이 같은 음률 뒤로 가사에서는 멤버들의 10대와 20대 경계에 선 청춘의 치기 어린 생각과 치열한 고민을 솔직하게 담았다. “친구한테 부모님이 늦게 자서 조금 늦을 것 같으니 기다려달라 해 / 빼 도어록 건전지”(‘부모님 관람불가’)처럼 부모님은 결코 몰랐으면 하는 10대들의 일탈을 담고, “어릴 적 내겐 컸던 놀이터 돌아보면 별것도 아니고 / 어머니 그 흔한 잔소리도 그리워져 가”(‘스물’)처럼 소년이 청년이 돼가며 반드시 겪는 감정의 파고를 이야기한다. 그러다 “안 넘어오고는 못 배긴다니까 섹시한 나의 눈빛에”(‘나이스 가이’)처럼 청춘의 유쾌함을 앨범 가운데로 실어 위트 있게 ‘19.99’의 중심을 잡는다.



보이넥스트도어 / 사진=KOZ 엔터테인먼트보이넥스트도어 / 사진=KOZ 엔터테인먼트
위의 가사처럼 에너지가 유쾌한 타이틀곡 ‘나이스 가이’는 이전 활동곡들과 마찬가지로 듣기 편하다. 한 번만 들어도 바로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입에 착 붙는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 사람들을 다 사로잡을 수 있다는 패기를 담은 가사는, 10대와 20대 사이의 불완전한 전제가 깔렸기에 어여쁘게 들린다. 이 곡은 명재현, 태산, 운학이 작사에, 태산, 운학이 작곡에 참여했다. 멤버들이 써 내려간 솔직한 자기애는 끼와 개성이 수반돼 마냥 귀엽다.



보이넥스트도어가 음악으로 녹여낸 청춘 이야기는 막연한 꿈이나 희망에 갇혀있지 않다. 이들의 청춘 노래는 손에 닿는 살결이다. 이들은 일상에서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옆집 소년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녹였다. 어린 시절 자주 가던 놀이터를 찾아 곡의 밑그림을 그리고, 늘 힘이 되어준 가족과의 대화에서 가사의 힌트를 얻는 등 현실을 노래하며 동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19.99’는 발매 당일에만 60만 장(한터차트 기준) 이상이 팔렸다. 단 하루 만에 전작 미니 2집 ‘하우?(HOW?)’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을 넘었다. 타이틀곡 ‘나이스 가이’는 멜론 톱100 실시간 차트에서 최고 26위(10일 0시)까지 올랐다. 웬만한 보이그룹들은 진입하는 것도 힘든 차트라 더욱 유의미한 수치다. 앨범 판매량과 음원 차트 모두에서 성적이 크게 뛴 보이넥스트도어는 팬덤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5세대 톱티어’ 영역에 발 한쪽을 쓱 들이는데 성공했다. 보이넥스트도어가 세를 키우는 힘은 좋은 음악에 기반한다. 그래서 이들은 응원할 수밖에 없는 길목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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