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삼성 임원이 이런 짓을…"4.3조 반도체 기술 중국에 빼돌려"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전직 삼성전자 임원과 수석연구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현지 공장 모습. /영상=웹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가 약 4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전직 삼성전자 임원과 수석연구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서 임원을 지낸 최모씨(66)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씨(60)를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9월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을 설립하고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대거 이직시켜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메모리 반도체 공정단계별 핵심기술을 유출한 뒤 부정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2020년 9월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현지에 청두가오전을 설립하고 대표직을 맡았다. 중국 지방정부는 자본을 출자하고 최씨는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는 식으로 합작회사를 만들어 서로 지분을 나눠 보유했다. 이후 2021년 1월 공장을 짓기 시작해 1년 3개월 만인 이듬해 4월 시범 웨이퍼(기초 개발제품)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에게 접촉하며 삼성전자 D램 메모리 수석연구원을 지낸 오씨를 비롯해 기술 인력 상당수를 영입했다. 반도체 기술자를 통해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반도체 핵심공정기술이자 국가핵심기술인 PRP(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 MTS(최종 목표 규격)를 빼돌려 무단으로 사용했다. 오씨는 청두가오전 공정설계실장을 맡으며 공정 설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유출된 피해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최소 1000여명 이상의 연구원을 투입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첩보를 입수한 뒤 입건 전 조사에 돌입해 중국 현지 출장 수사에 나섰다. 같은 해 8월 피의자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 계좌 분석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증거자료 포렌식과 기술자료 분석을 거쳐 피의자와 참고인 다수를 추적해왔다. 중국 현지 공장은 지난해 경찰 수사와 함께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1월 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경찰은 이후 보완수사를 거쳐 지난 2일 최씨와 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지난 5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발생한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로 국내 업체가 LCD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사건은 피해 회사는 물론이고 글로벌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 상황에서 국가경쟁력 악화를 초래해 경제안보의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두가오전에 이직한 임직원도 추가 입건해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핵심 기술인력이 해외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위한 불법 인력송출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전직 삼성전자 임원과 수석연구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현지 공장 모습. /사진=웹페이지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