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이렇다. 두 아이의 엄마인 A는 남편과 이혼한 이후 동호회 모임을 통해 사업가 B를 알게 됐다. B는 다수의 사업체와 부동산을 소유한 재력가였으나 나이가 A보다 18살 많고 무엇보다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만난 지 몇 달 만에 연인이 됐고 이후 수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갔다.
A가 합의대로 낙태했으나 B는 자기 의사에 반해 A가 임신을 계획했던 사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B는 결국 A가 임신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으로 자신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했다고 주장하면서 A를 고소했다.
과세 관청은 왜 과세한 것일까. 우리나라 세법은 사례금을 소득세 과세 대상(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다수의 판결과 유권해석은 분쟁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하여 지급하는 합의금을 사례금으로 판단하고 있다. 분쟁을 신속하고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해준 것에 대한 사례의 뜻으로 지급하는 금전이므로 사례금이라는 취지다.
과세 관청이 A에 세금을 매긴 이유 역시 A가 받은 합의금을 사례금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낙태와 내연관계의 청산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해준 것에 대한 사례 성격이므로 사례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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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이러한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는 자신이 받은 합의금은 낙태와 내연관계의 청산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이므로 과세 대상 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과세 관청은 A는 B의 아내에게 가정파탄의 심적 고통을 안겨준 가해자로 오히려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하므로 A가 받은 합의금을 위자료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이 사건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조세심판원은 합의금 중 사회 통념상 위자료로 인정되는 금액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낙태와 내연관계 청산을 목적으로 상호합의 하에 정한 금액이므로 합의금 전액을 사례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득세를 매긴 과세 관청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의미다.
합의금은 실무상 사례금으로 과세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득의 구분은 실질에 의하므로 비록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더라도 그 가운데 사례금으로 볼 수 없는 성질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면 전액을 사례금으로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조세심판원이 자의적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결론이 도출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찌 됐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처럼 이 사건 합의금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세금은 과세했다.
법무법인 화우 김진우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