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여성 뒤통수 쏴" 추석 전날 울린 총성…사형으로 엄벌[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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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상인 살해사건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부산 국제시장 이미지/사진=부산MBC 캡처부산 국제시장 이미지/사진=부산MBC 캡처


추석 대목을 앞두고 설레던 전통시장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밀수품을 취급하던 상인 여러명이 한 사람이 쏜 총에 죽거나 다쳤다. 바로 부산 국제시장 상인 피살사건이다.

부산 국제시장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 상인 구역이었다. 광복 후 일본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6.25 피난민과 미군 구호물자, 밀수품이 유입되면서 외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국제시장이 됐다. 당시 피살된 상인들도 밀수품을 주로 다루는 이들이었다.



추석 직전 울린 총성
67년 전 오늘, 추석을 하루 앞두고 부산 국제시장 상인 4명이 권총에 목숨을 잃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범인은 선박회사 갑판원 출신 김선경.

김선경은 총격 하루 전인 6일 국제시장 포목 상인 박모씨 등 상인 4명에게 일본에서 밀수입한 양단 50여필을 저렴하게 구매하게 해준다며 다음날까지 225만환을 준비하라고 일러뒀다. 현재 화폐가치로 약 1억2000만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7일이 됐다. 저녁 무렵 20대 남성이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김선경은 상인 4명, 상인 가족 1명 등을 차례로 태워 이동했다.

범행에 사용된 지프 차량/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범행에 사용된 지프 차량/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프는 밤 9시30분경 김해군 대저면 사덕상리(현재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1동) 소재 구포교 다리 부근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직접 운전대를 잡은 김선경은 다리 밑에 다다르자 차량의 모든 불을 끄고 멈췄다. 조용해진 차 안에서 그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차에 탄 이들 전부를 향해 총 7발을 난사하고 이들이 준비해온 돈을 강탈했다.

앞 좌석에 앉은 두 명의 남성은 총격을 입고 차 문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총격에 놀라 도망가는 여성 2명에게는 뒤통수에 총을 쏴 죽였다. 뒷좌석에 앉았던 생존자 박모씨가 범인에게 달려들어 저항했으나 총대에 머리를 맞고 차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김선경은 지프를 몰고 범행 장소를 벗어난 뒤 지프를 버리고 잠적했다.


그가 범행을 위해 준비해온 지프와 총은 하숙집에 그와 함께 거주하던 해군 임모씨의 것이었다.

서울로 도주… 군대 동기 출신 경찰에 덜미
범인은 쉽게 특정됐다. 생존자 박모씨의 증언으로, 경찰은 김선경이 범인임을 파악하고 뒤쫓기 시작했다.



김선경은 앞서 부산 동양실업 주식회사 선박에서 갑판원으로 근무할 당시 일본 밀수품을 거래하다 여러 번 경찰에 구속된 전력이 있어 경찰도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은 김선경에 현상금 만환을 걸었다. 쉽게 잡힐 것 같았지만 한 달간 감감무소식이었다.

현상수배범 김선경의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현상수배범 김선경의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그사이 김선경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면과 해운대, 울산을 거쳐 화물열차를 이용해 경주까지 도주했다. 그는 경주에서 며칠 머무르다 다시 화물열차를 이용해 서울로 향했다.



9월14일 서울 신당동 무허가 하숙집에 자리 잡은 그는 낮에는 남산을 배회하고, 밤에는 하숙집에 은신했다. 돈이 떨어진 후에는 노숙자와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부산중부경찰서는 김선경이 서울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 그와 군 복무를 같이했던 김모 형사를 서울로 급파했다. 김 형사는 김씨 아내 고향이던 서대문구 행촌동부터 탐문하다 9월30일 을지로 국도극장 앞에서 김선경을 맞닥뜨렸다.

김 형사는 "오랜만이다. 나 여기 극장에 취직했다"면서 반갑게 다가가 "극장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한 잔 하자"고 권유했다. 도주자 신분이던 김선경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해"라고 말했다.



그 순간 김 형사가 김선경을 뒤에서 기습, 상체를 제압하자 몸부림치던 김선경은 간신히 권총을 꺼내 한 발을 발사했는데 총알은 김선경 쪽 무릎 위쪽을 관통했다.

경찰과 공모해 밀수 범죄…결국 사형장 이슬로
부산 국제시장 상인 살해 사건 범인인 김선경에 대한 기사/사진=경향신문부산 국제시장 상인 살해 사건 범인인 김선경에 대한 기사/사진=경향신문
범행 약 한 달 만에 체포된 김선경은 10월1일 부산으로 압송됐다.

그의 체포로 그간 행적이 낱낱이 밝혀졌다. 당시 그는 잇따른 밀수 행위로 경찰에 구속되는 일이 잦자, 회사에서 해고당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또 부산에서 밀수를 한창 했던 것은 경찰관을 매수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해군헌병대 수사계장 조모씨와 공모해 밀수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총기를 탈취당한 해군 임모씨도 총기 관리 소홀로 헌병대에 구속됐다.

이후 김선경은 1958년 4월 강도 살인 및 시신 유기죄로 대법원에서 사형판결을 받고, 이듬해인 1959년 1월17일 대구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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