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곳곳 '아트'에 물들다…'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르포]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4.09.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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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곳곳 '아트'에 물들다…'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르포]
족발골목으로 유명한 장충동에서 예술 축제가 열리고 있다. 13일까지 이어지는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이 장충동을 변신시켰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입구역 1, 2번 출구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이 행사는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본사가 위치한 장충동 일대에서 시도한 첫 '로컬 축제'다.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진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렸다. 젊은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창·제작 지원사업인 파라다이스 아트랩에서 선정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쇼케이스'형태로 2019년 시작됐고 2020년부터 '페스티벌'로 자리잡았다.



영종도의 화려한 호텔·리조트를 떠나 태극당과 장충동족발집 등 노포가 몰려 있는 장충동에 '아트'를 선보인 파라다이스의 시도는 지리적으론 본사가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는 파라다이스 그룹 본사가 광희사거리 쪽으로 옮겨갔지만 원래는 현재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바로 그 부근 언덕 쯤에 있었다. 이 부지엔 새로운 파라다이스 호텔이 지어질 예정이다.

'로컬'은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핫한 '화두'다. 장충동은 서울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고풍스럽고 때론 구수한 동네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강남개발 이전 장충동은 서울 중심에 출퇴근이 가능한 부자동네였고 장충체육관은 문화·예술·체육의 메카였다. 그래서인지 장충동 곳곳은 아직도 수십년 전 서울의 모습을 조금 맛 볼 수 있는 골목과 건물이 남아 있다.



이 곳에 파라다이스 아트랩 선정작들이 전시돼 있고, 지나가는 행인의 발길을 잡는 공연도 열리고 있다. 관람료도 따로 없다. 동대입구역에서 나와 조금은 시끄러워 보이는 곳을 찾으면 그곳이 주요 공연이 열리고 작품이 전시돼 있는 'P1'이다.
장충동 곳곳 '아트'에 물들다…'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르포]
P1마당에서 3일 오후 4시 '유희스카' 공연P1마당에서 3일 오후 4시 '유희스카' 공연
'P1' 앞에선 지난 3일부터 사흘간 거리 공연이 열렸다. 건물 전면을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는 매일 저녁 감상할 수 있다. 업체, 김보슬, 정윤수 작가의 미디어 아트를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업체의 작품은 파라다이스 시티 크로마 외벽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업체(eobcha)'는 3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창작팀이다.

업체_ROLA ON DA ROAD 업체_ROLA ON DA ROAD
P1 내부 로비에는 손여울 작가의 '웨더 우븐 리빙(Weather Woven Living)'이 설치돼 있다. 지역 기상상태를 현장에서 측정하고 데이터로 시각화해 인터랙티브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손여울_Weather Woven Living.손여울_Weather Woven Living.
전형산_배타적 이접들#2; 바람의 속삭임.전형산_배타적 이접들#2; 바람의 속삭임.
지하층에서는 전형산 작가의 '배타적 이접들#2; 바람의 속삭임 (wish)'을 볼 수 있다. 지상층까지 뻗어나온 안테나는 주변 소리에 따라 갈대처럼 움직인다.


P1 앞에선 우리예술, 우레카츠, 꿀건달, 을지도 등 장충동에 자리잡은 젊은 맛집들이 축제용 메뉴를 판매한다. 그니처 메뉴를 활용한 족발반미, 막걸리 슬러쉬, 꿀 아이스크림 등 감각적인 비주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P2 건물, 조수민 ·바조우 팀의 'M1%RROR'P2 건물, 조수민 ·바조우 팀의 'M1%RROR'
인근 P2 건물 2층엔 조수민 ·바조우 팀의 'M1%RROR'가 전시돼 있다. 거울과 면도날 모양의 오브제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봄과 동시에 작가들의 심상을 담은 이미지들을 마주할 수 있다. 작품에는 댄서 립제이 춤도 예술적인 춤도 담겼다. 조수민은 펑크 밴드 '페이션츠' 리더이자 설치 미술가다. 바조우는 디자이너 브랜드 '99%IS-'의 디자이너이자 작가다.
태극당 2층 전시실.태극당 2층 전시실.
P3는 제과점 태극당 2층이다. 이곳엔 태극당 분위기에 맞게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있다. 특히 '1974 장충동 문학소녀의 비밀'을 테마로 한 과거의 신문과 잡지 등의 내용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주말인 7일 토요일엔 신경철 태극당 대표 초대 토크가, 8일엔 박숙자 교수 초대 강연이 있다.

장충동 곳곳 '아트'에 물들다…'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르포]
바로 옆 P4에선 박승순 작가의 'SWEETHOME.FM'(스위트홈 에프엠)을 감상할 수 있다. 증강현실(AR) 기술로 구현한 기어이스튜디오의 '슬릿'체험도 가능하다. 전시장과 인근 장충단공원까지 흩어져 있는 QR코드를 찍어 슬릿사이트로 이동하면 현장을 배경으로 한 휴대전화 속 영상에 숨어 있던 슬릿을 찾을 수 있다.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이라는 파라다이스 아트랩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린 프로젝트다.
기어이스튜디오의 '슬릿'.기어이스튜디오의 '슬릿'.
신진 예술가 대상의 피칭 프로그램인 'PAL GATHERING'과 지역 예술가 커뮤니티와 협업한 '로컬 아트 워크숍' 등도 준비됐다. 6일과 8일에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예술적 견해를 들려주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두 강연은 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 랩 '도시 속 작은 책 축제'와 로컬 아트 프로그램 '이웃, NEIGHBORHOOD'도 페스티벌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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