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해리스 지지한다"…묘한 미소에 숨은 뜻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9.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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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대선 개입 시도를 이유로 러시아 관영매체 관계자들에 철퇴를 가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으로 조 바이든 정부를 조롱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AF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 질의응답 중 미국 대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미국 국민의 선택"이라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해리스를 지지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다.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해리스의 웃음은 너무 전염성이 있어서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에 최대한의 제재를 부과했는데 해리스가 잘 된다면 그렇게까진 안 할 거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외신은 푸틴이 이 말을 할 때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고 전했다. 푸틴의 해리스 지지 발언은 속뜻과 다르며 미국 대선 개입 시도로 러시아 관영 매체 관계자들을 제재한 미국 정부를 비아냥거리려는 의도란 지적이다.



바이든 정부는 하루 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보도국장 등 고위 관계자 10명과 기관 2곳을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친러 메시지를 확산하기 위해 SNS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 역시 RT의 대선 개입 시도를 알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푸틴이 실제로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바란다고 본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감을 드러내며 2년 반째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거듭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이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맞상대를 지지한다고 발언하는 건 트럼프를 측면 지원하는 전략일 공산이 크다.

지난 2월에도 푸틴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지지한다면서 "더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역시 겉과 속이 다른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백악관은 푸틴에 미국 선거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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