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AI 처음 봤어요"…여성 과학도 꿈 키우는 K-걸스데이

머니투데이 성남(경기)=최민경 기자, 성남(경기)=정진우 기자 2024.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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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걸스데이]

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산업기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산업기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이공계에 진학해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5일 오후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을 돌아다니는 로봇을 본 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감탄했다. 네이버 사옥엔 네이버가 직접 개발한 로봇 '루키'가 도시락, 커피, 택배 등을 배달하며 근무자들의 업무 편의를 도와주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경화여자고등학교 2학년 백서빈 학생은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이공계를 선택했는데 실제로 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로봇과 일하는 환경을 직접 보니 너무 신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2024 K-걸스데이(K-Girls' Day)' 개막식이 열린 네이버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등 한국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첨단기술 선도 기업답게 건물 곳곳에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돼 있었다. 디지털과 현실세계가 조화롭게 연결되는 사회를 위해 로봇을 자체 개발·연구하고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카이스트-네이버 AI 연구센터, 스타트업 공간 등도 직접 둘러보고 로봇이 로봇 포트(수직이동장치)를 타고 배달하는 현장 등을 살폈다.



네이버 본사가 고등학생에게 문을 연 것은 이날 개막한 국내 대표 여성 기술체험프로그램 '2024 K-걸스데이(K-Girls' Day) 행사 덕이다. K-걸스데이는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이공계 진학과 산업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연구소 대학 등 공학기술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로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했다.

개막식은 경화여고 등 학생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체험, 학생들과의 대화, 선배 여성공학인 멘토링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일 미래세대 간 교류 확대 차원에서 이현영 에히메대학 교수와 일본 대학생 12명도 참여해 우리 학생들과 상호 이해를 넓혔다.

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행사를 주관한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현재 0.7명대로 연구개발 현장에 종사하는 인력도 감소세"라며 "연구개발 인력의 양과 수준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기에 여성 연구인력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 공학계열 대학 졸업자 4명 중 1명(26.4%)은 여학생"이라며 "2013년 18.8%보단 증가했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31%보단 여전히 낮아 공학계열 진출을 독려하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여성인력 활용 방안 대담회에선 △이공계 여학생들이 적은 이유 △기업이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하는 방향 △산업현장에서 여성 인재들의 성장 가능성 △이공계 여성의 커리어 형성을 위해 필요한 활동 △여성공학인력의 산업계 진출 확대를 위한 산업부 차원의 지원방안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민 원장은 K-걸스데이의 성과와 지원 방향에 대해 "그동안 전국 산업현장 750여개가 참여했고 학생들은 약 2만여 명이 참여해 여학생들의 산업기술 현장 체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며 "그 결과 여학생의 이공계와 산업계에 대한 인식은 평균 88.2% 긍정적으로 개선되었고 K-걸스데이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92.1%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국외 선진 산업현장을 체험하고 재직자로부터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국내 학생들이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경쟁하고 첨단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음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승철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처음으로 여성공학인력 진출·활용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실태조사 결과 및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여성공학인력의 산업현장 진출 확대를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걸스데이는 이날부터 오는 10월25일까지 열린다. 네이버,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한국콜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 30개 기관에서 현장체험을 진행한다. 행사에는 6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오는 11월에는 일본 우수 산업현장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여성 공학인재 키우는 'K-걸스데이', 10년간 2만명의 꿈 키웠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K-걸스데이(Girls' Day) 행사가 여학생들을 이공계로 이끈다는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기쁩니다."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진행된 '2024 K-Girls'Day' 행사를 주관한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의 소회다. KIAT는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이 행사를 11회째 열며 여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돕고 있다.



다음은 민 원장과 일문일답

-'K-걸스데이'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이공계 특화 교육프로그램이 됐다.

▶지난 10년간 이 행사를 통해 2만여명의 여학생이 750개의 산업현장을 경험하며 그들의 꿈과 희망을 키웠다. 올해는 고등학교 시절 본 행사를 경험하고 이공계 학과로 진학 후, K-걸스데이 서포터즈로 참여한 학생이 있다. K-걸스데이 모든 산업현장 체험엔 재직자와의 멘토링이 있다. 막연하게 느낀 자신의 미래를 선배와의 멘토링을 통해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땐 뿌듯하다.



-행사를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방향은.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K-걸스데이 글로벌 간담회에 멘토로 참여한 UCLA의 박아형 공과대학장은 자신의 성공스토리 발표에서 '나는 운이 참 좋았다. 인생에 언제나 좋은 멘토들이 함께했었다'라고 했는데 사람을 성장시키고 꿈을 이루기 위해선 좋은 멘토가 꼭 필요하다. K-걸스데이에서 학생들이 좋은 멘토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올해 행사의 주제는.



▶올해 화두는 인공지능(AI)고 K-걸스데이 산업현장 테마도 AI와 반도체다. 올해 행사 참여기관 중 30%가 네이버, 삼성전자 등 AI와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진행된 글로벌 연계 프로그램의 방문 기업도 구글, 엔비디아 등 AI와 반도체 분야의 기업이었다.

-개막식을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에서 연 것도 그런 이유인가.

▶네이버의 'HyperCLOVA X'는 한국의 문화와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는 생성형 AI다. 네이버가 작년에 출시했는데 해외 모델보다 6500배 많은 순수 한국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돼 빅테크의 생성형 AI보다 한국어 이해 역량이 뛰어나다. 네이버와 같은 첨단 산업현장에서 차세대 산업기술인으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과 재직자와 멘토링을 마련한 것이다.



- 여성 공학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찾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모두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공계는 남성 중심의 영역이란 선입견을 두지 말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간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에 여학생들이 많이 진출하도록 맞춤형 지원할 것"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오승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손지윤 네이버 총괄이사, 이현영 일본 에히메디대학교 교수가 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여성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오승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손지윤 네이버 총괄이사, 이현영 일본 에히메디대학교 교수가 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여성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초·중·고·대학 여학생들의 진로 상황을 보면 남학생보다 이공계에 선택 비중이 낮다."(오승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여성은 임신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은 게 현실이다."(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Girls'Day)'에서 진행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여성인력 활용 방안 대담회'에서 산업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이공계 진학과 산업현장 진출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오 실장은 "어렸을때 과학자에 관심을 많이 보인 여학생들도 나중에 공대보다 의학·약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력관리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라며 "여성 공학 인력에 대해 실태조사를 해서 여성 공학인들이 사회 진출할 때 애로사항이 없도록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이 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여성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이 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2024 K-걸스데이' 개막식에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여성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민 원장은 "여학생들의 이공계 진학률은 10년 전보다 높아졌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이공계는 수학과 물리 중심의, 여성에게는 어려운 학문이라는 선입견과 제조업은 남성 중심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인식의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공계 분야 여성 리더의 부족도 문제다. 여성 리더가 진로 탐색기 학생에게 롤 모델이 되고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여학생들이 이공계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학생들이 이공계 관련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려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 총괄이사는 "여학생들이 이공계 진출을 꺼려한다는 편견이 많다"며 "학년이 조금씩 올라갈수록 수학과 과학 쪽으로 노출이 많아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영 일본 에히메대학 교수도 "일본은 4년제 대학을 여자가 간다는 인식도 한국보다 낮고 절대적으로 이공계로 가는 숫자가 적다"며 "이공계 여자가 없다는 얘기는 수학을 아무리 좋아해도 해봤자 안된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자가 현장에 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야한다"며 "여성들이 먼저 이공계 진출에 대한 액션을 취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산업기술진흥원엔 한국의 대학생들을 위해 한미 첨단분야 청년교류 지원사업이 있다"며 "K-걸스데이도 국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산업현장을 방문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고등학생들의 많은 참여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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