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한류, 플랫폼 경쟁력·철학·시스템 갖춰야"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백재원 기자 2024.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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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김정환 국립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정환 국립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사진=김정환 교수김정환 국립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사진=김정환 교수


올해 한국 콘텐츠 산업이 또 하나의 쾌거를 이뤘다. 그간 BTS,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적 인기를 끈데 반해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은 세계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네이버 웹툰이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플랫폼 경쟁력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랫폼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콘텐츠라도 거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해당 플랫폼의 정책 변경, 아티스트의 은퇴나 구설수, 차기작 부재 등 대내외적 이유로 금세 한류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디어,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인 김정환 국립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해서 플랫폼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같이 가야 생태계를 탄탄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거대 글로벌 플랫폼들이 세계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나마 네이버, 카카오 등이 선전하며 이들과 경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내수시장 규모, 언어 등 분명 한계도 있지만, 네이버 웹툰도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10여 년의 시간을 투자해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잘나가고 있는 한국 콘텐츠도 경쟁력을 갖춘 게 단기간에 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내공을 쌓아온 결과입니다. CJ와 같은 기업이 오랜 시간 만들어온 네트워크와 자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 교수가 말하는 플랫폼의 경쟁력과 역할은 우리 콘텐츠를 해외에 잘 소개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지속 가능하게 한국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우수 콘텐츠를 해외에 선보이는 것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콘텐츠들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글로벌화를 얘기할 때 우리는 여전히 수출만을 생각합니다. 마치 제조업처럼 우리 콘텐츠를 번역해서 해외에 팔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은 우리 것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만을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핵심은 글로벌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도 각국 현지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올라옵니다. 진짜 글로벌 플랫폼은 글로벌 콘텐츠를 유통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그러한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플랫폼 경쟁력과 함께 김 교수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강조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철학과 시스템이다. 철학 없이 화려함, 최신 유행 등만 쫓아 콘텐츠를 생산하다 보면 당장은 세계인의 관심을 받을지 몰라도 결국 오래가지 않아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일본 망가와 애니메이션이 오랜 시간 사랑받으면서 지금도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콘텐츠에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가 인간과 삶에 얼마나 닿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메시지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 웹툰 작가의 인기가 오르며 전문학원, 입시학원들이 많이 생기는데 이러한 현상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과 함께 우려되는 것도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웹툰을 단지 그림을 그리는 기능적인 부분으로 접근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기술적 부분과 함께 철학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교육해야 합니다."

시스템 역시 지속 가능하게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어 필수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티스트와 K팝, 드라마, 영화 등 세계적인 한국 콘텐츠가 1회성, 단기 흥행으로 그쳐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적 인기라고 하는 한국 콘텐츠를 보면 특정 아티스트 개인이나 그룹·팀, 감독 개인, 작가 개인 등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지속 가능하게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려면 시스템이 매우 탄탄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단순히 콘텐츠 찍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게 할 수 있느냐입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면 연습생을 키워 나가는 프로세스 등이 고도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건강한 구조라고는 할 수 없는데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네이버 웹툰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고 잘하고 있는 것이 창작자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네이버 직원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고, 1차적 IP(지식 재산권)도 창작자들이 지니게 하며, 정식 연재 전 베스트 도전 단계에서도 광고 수익을 얻게 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들을 만들어 가는 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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