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해놓고…"아프리카 포럼이 최고"라는 중국 속내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9.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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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53개국 정상 집결한 가운데 협력 세 과시…
유럽 귀퉁이부터 무너지는 일대일로 고심 속내 읽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024 중국-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만찬장에 들어서고 있다./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024 중국-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만찬장에 들어서고 있다./신화=뉴시스


아프리카와 중국 간 결집을 과시하는 2024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이 5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 수반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수년 내 최대 국제행사'로 위상을 못박았다. 지난해 10월 역시 베이징에서 열렸던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에 비해서도 이번 행사를 상대적 우위에 둔 거다.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은 5일 오전 개막식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 등으로 둘째 날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동석한 전날 만찬에서 "중국과 아프리카 간 운명공동체는 양측 간 전통적 우정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며 "세상이 어찌 변하든 이 우정은 세대를 거쳐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현지서 본 이번 행사 준비는 여느 중국의 국제행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총력전처럼 보였다. 다수 국빈이 방문한 만큼 교통통제가 삼엄한건 당연했지만 지난해 10월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비해 국빈 숫자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통제는 광범위했다.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베이징 외곽 소재 국제학교들까지도 '스쿨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지를 각 가정에 전했을 정도다.

이번 행사에 대해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대부분의 국가 정상과 관련 국제기구 정상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밝혔다. 54개국 중 대만과 수요 중인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랜드)를 제외한 53개국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 공동체의 최대 행사라는 홍보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관영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행사 홍보도 당연히 뒤따른다. 앞다퉈 행사의 성과와 취지를 심층 보도하고 있다. 중국과 카메룬이 양자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고, 중국과 리비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등 성과도 냈다. 탄자니아-잠비아는 시 주석이 동석한 가운데 양국 철도 활성화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지서 더 눈길을 끄는 건 이번 행사에 대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들의 평가다.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등은 "이번 정상회의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주최한 가장 큰 외교행사이며, 외국 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참석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대적으로 전개됐던 일대일로 포럼보다 높은 단계의 외교행사라는 거다.

시 주석은 이번 포럼에서 "중국과 아프리카 운명공동체는 시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28억명의 중국인과 아프리카인이 단결하는 한 우리는 현대화를 향한 길에서 새롭고 더 큰 업적을 함께 이루고 남반구(신흥세력)의 현대화 추진을 선도하며, 인류 운명공동체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거창한 포부를 밝혔다.


각종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에 비해 가시적 성과가 곧바로 나는 대아프리카 사업에 더 에너지를 쏟는 게 중국 정부로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아프리카는 일대일로의 한 축인 해상실크로드를 연결하는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시 주석의 핵심 대외철학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종착점인 유럽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G7(주요7개국) 가운데 유일한 참여국이었던 이탈리아는 사실상 탈퇴 수순에 들어갔고, 프랑스-독일 등도 미국 눈치를 보며 중국에 천천히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냉각되면서 일대일로 구상 자체가 틀어지는 분위기다. 남미 등에서도 명확한 반미진영 국가들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대일로포럼은 이런 중국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줬다. 140개국, 30개 국제기구에서 대표단이 참가했다고 홍보했지만 정상급은 29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군소국가 정상이었다. 소위 얘기가 되는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했다. 이름도 생소한 국가 정상들과 탈레반 등 대표단을 이끌고 기념촬영하는 시 주석의 모습을 두고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는 한탄이 나왔었다.

2024 중국-아프리카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과 기념촬영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신화=뉴시스2024 중국-아프리카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과 기념촬영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신화=뉴시스
반면 중국-아프리카 포럼은 타깃과 성과가 명확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구체화한다는 거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있다. 라나 모하메드 압드 엘 알 마지드 이집트 수에즈운하대 교수는 "아프리카에 '함께 가자'고 말하는 중국의 이니셔티브는 미국 등 강대국과는 달리 아프리카 국가들을 파트너로 대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의 자화자찬을 극복하는 갈등 봉합이 필요하다는 점은 숙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문제는 이제 중국과 양자관계를 넘어 국제문제화하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결속을 흔들 필요가 있는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악성 채무자로 만들어 국가 경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공격한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2일 시 주석과 회담에서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릴레이 정상회담의 거의 첫머리부터 무역불균형과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시 주석이 나서달라는 민원이 제기된 거다. 케냐는 10억달러(약 1.3조원)를 추가 대출하고 기존 채무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중국은 난색이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 2021년 코로나 와중에 화상으로 열린 중국-아프리카포럼 장관급 회담에서 약속한 아프리카 상품 구매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요구에 응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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