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환각이나 허위 정보가 민주주의의 기반인 선거와 결부되면서 사회질서를 뒤흔들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생명이나 신체와 결부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에게 해가 될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폐해를 막기 위한 법이나 정책적 대응방안에 대한 해법도 제각각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AI Act)을 제정해 지난 8월1일 발효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을 고민하는 각국은 EU AI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관련 입법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빼놓지 않고 대표적 사례로 드는 것이 EU AI법이다. 그런데 동일한 법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참고하지 말아야 할 규제로 보기도 하고 모범사례로 적극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이제 막 본격화한 시점에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법·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EU AI법에 대해 EU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그 외 국가에서도 아직 깊이 있는 분석과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 법 시행을 위한 이행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나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중요하게 참조되는 EU AI법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EU AI법의 '브뤼셀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의 AI 법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참조할 수 있는 최초 사례인 만큼 정확한 법의 취지와 의미, 개별 조항의 구체적인 요건과 효과,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둘러싼 글로벌 생태계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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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생태계에 참여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나 국회, 정부 당국자, AI 기술이나 법률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가 사람 중심의 신뢰할 만한 AI 경쟁력을 갖춰 세계를 선도할 법·제도 환경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