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경영평가·낮은 자본비율…우리금융 M&A '빨간불'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김남이 기자 2024.09.04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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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대출 정황 등 '악재'
종합평가 2등급 이하 땐 보험사 인수 '자격' 박탈
"연내 인수 사실상 불가능, 내년까지 불확실성 지속"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사진=뉴시스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에 착수하면서 동양생명·ABL생명의 연내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다.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 이하를 받으면 보험사 인수 자격마저 박탈될 수 있어 내년까지 M&A(인수합병)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우리금융 정기검사는 2021년 11월 이후 약 3년여 만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시작한 KB금융지주·국민은행 정기검사로 인력이 부족한 와중에도 우리금융 정기검사에 30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다. 경영실태평가는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내부통제 등으로 항목을 나눠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종합 평가등급도 나오는데 이 등급이 3등급 이하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우리금융은 2021년 11월 종합검사 결과 2등급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최근일'의 평가등급을 기준으로 자회사 편입 승인을 해 준다.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 절차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다음달 착수하는 정기검사의 평가 등급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지주 보통주 자본비율/그래픽=이지혜우리금융지주 보통주 자본비율/그래픽=이지혜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은 경영실태평가 중 내부통제 항목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검사 일정을 앞당긴 배경에도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은 우리은행 여러 지점은 물론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뤄졌다. 대출이 좀 더 쉽게 이뤄지지 위해 지방 법인을 이용하거나 지점을 내는 방식도 활용했다. 건물 하나로 대출을 돌려막기하고 가족간에 대출을 대신 갚아 준 정황도 보인다.

자산건전성 항목에선 낮은 자본비율이 거론된다.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2. 04%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이 지난해 대비 개선이 됐다고는 하지만 타 금융지주 대비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자본비율이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사를 인수하면 자본비율이 떨어진다. 당초 우리금융이 2개 보험사를 인수해도 보통주 자본비율이 0.08%포인트(P) 하락에 그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보험사 인수가격 1조5500억원 대비 순자산가치가 높아 발생하는 염가매수차익 약 7500억원이 자본으로 쌓이면서 비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어서다. 염가매수차익 효과는 약 0.34%P로 이를 제거하면 당국의 최소 자본비율 11%대로 떨어진다.


정기검사로 우리금융이 연내 보험사 인수는 어렵고 내년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검사는 5~6주 가량 걸리고, 기간 연장도 자주 있다. 현장검사 후 후속 작업도 수개월 소요된다. 검찰 조사 등으로 금융당국의 인가 승인이 많게는 1~2년 밀린 사례도 없지 않았다.

금감원이 우리투자증권 출범 과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 합병으로 만들어졌는데 합병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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