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송은 사회를, 과학은 시대를 바꾼다"

머니투데이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2024.09.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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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사진=김훈남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사진=김훈남


대한민국은 60여년 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반 세기 만에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거쳐 반도체, 원자력 등 첨단기술 보유국과 ICT(정보통신기술) 선도국가로 성장한 보기 드문 사례다. 이를 지탱하고 발전시켜온 원동력의 한 축은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기술패권시대와 인공지능이 불러온 제5의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선 전략기술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가 핵심 전략기술인 인공지능과 사이버보안, 첨단바이오, 차세대 통신, 양자기술 등이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 따르면 과학은 '정상 과학'의 단계에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발전하다가 기존의 패러다임이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 지금 대한민국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턱에 서 있으며 이 시점에서 기존의 법 제도와 전략으로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술개발을 뒷받침해야 하는 법제도 미비하다. 대표적으로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인공지능기본법은 22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근거법이 없으니 투자도 위축돼 AI(인공지능) 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딥페이크 범죄는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5월에 영국과 공동 개최한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의제인 AI 글로벌 규범을 우리 주도로 제안했으나 관련 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디지털 전환기의 제도 혁신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한 신속한 의사 결정은 필수다. 그러나 이 역할을 해야 할 국회 과방위는 방송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 과학기술과 방송이 같은 상임위에 묶여 있어서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방송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신으로 나뉘어 있는 방통위의 구조적 모순 역시 해결이 절실하다. 언론의 편향성 문제는 모든 나라에서 제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과 언론에 대한 문제를 국회에서 별도로 다루는 게 합리적이다.

토머스 쿤은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과 마찰이 불가피하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이뤄진다고 했다. 당장 정부 구조를 개편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상임위를 재편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로 과학과 방송을 분리하는 것이다. 방통위를 언론을 다루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이관하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는 과기부·우주청·원자력안전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조정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상임위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해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기국회에서 양당 지도부 간의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 쿤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신속한 제도적 대응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디지털 전환기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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