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지는 가계대출 축소 압박… 은행주 조정? 다시 상승?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4.09.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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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30일 주요 은행주 외국인 거래 실적. /그래픽=김다나 기자.8월 26~30일 주요 은행주 외국인 거래 실적. /그래픽=김다나 기자.


밸류업 바람을 타고 잘나가던 은행주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과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은행주 향방은 투자자들의 밸류업 기대감이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증권가는 가계대출 축소 영향이 과대평가됐다며 은행주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4대 금융지주 모두 주가가 떨어지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가 8% 내린 가운데 신한지주 7%, 우리금융지주 3%, KB금융 1% 하락률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3% 떨어졌고, 카카오뱅크는 1% 올랐다.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판단은 엇갈렸다.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을 각각 1063억원, 294억원 순매도하면서 신한지주는 286억원 순매수했다.

최근 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축소 압박으로 은행주에 대한 투심이 위축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7조735억원으로 7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7조3234억원(1.3%) 늘었다. 당국의 압박에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은행들이 주담대 한도 및 만기 축소,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등 조치를 단행했으나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당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나머지 은행들이 가계대출 축소를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가계대출 축소는 은행 실적 감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은행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급등하며 차익실현 심리도 작용… 증권가 "최근 조정은 일시적"
지난달 11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정보를 바라보고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11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정보를 바라보고있다. /사진=뉴스1.
올해 들어 은행주가 급등하면서 차익실현 심리가 강하게 발현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으로 꼽히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올해 상승률은 KB금융 59%, 하나금융지주 43%, 신한지주 40%, 우리금융지주 23%, 기업은행 16%로 집계됐다. 그룹 전체가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카카오뱅크는 23% 하락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은행주가 코스피 대비 40%포인트 넘게 초과 상승한 상황에서 규제 이슈가 발생하자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면서도 "가계대출 규제로 성장률 둔화 우려가 크지만 애초부터 가계대출 성장률은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규제에도 기업대출 성장만으로 4% 내외 총 대출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밸류업 기대감만 훼손되지 않는다면 반등 모멘텀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조정은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7월 예금은행 신규 예대금리차는 1.14%포인트(총 대출-저축성 수신)로 4개월 연속 축소 흐름을 이어가며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에 선반영되면서 예대금리차 수준이 지속해서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주담대 총량 관리가 실시되고 있으며,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가산금리를 감안하면 가계대출 금리의 추가하락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향후 순이자마진(NIM) 둔화 추세는 불가피하나 분기별 NIM 하락폭은 축소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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