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믿고 1000만원 시술 받았다 '날벼락'…"실비 있죠?" 이 말 주의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4.08.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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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의 '보이슈톡']

편집자주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보험. 위험을 대비하는 금융상품으로 실생활과 밀접하지만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보험에 관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 보험산업 뒷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보이슈톡'은 '보험 이슈 톡(talk)'을 줄임말이다. 보이스톡(Voice talk)처럼 말하듯이 쉽게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A씨는 지난 3월 서울 B한방병원에서 담당의사의 권유로 골수 흡인물 무릎주사(이하 무릎주사치료)를 시술 받았다. 이 치료는 엑스레이 검사상 관절 간격이 정상에 비해 명확하게 좁아졌거나, MRI 또는 관절경 검사를 통해 연골이 50% 이상 손상된 무릎 골관절염 환자가 대상이다. 즉 KL등급 2~3등급, ICRS등급 3~4등급 진단이 나와야 받을 수 있는 시술이다.

병원에서 KL2등급을 받은 A씨는 입원해 치료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거절 사유는 해당 보험사가 대학병원에 자문한 결과 KL등급 1등급으로 판정돼 보험금 청구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등급을 놓고 다툰 후 보험사는 2등급은 인정했지만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입원을 인정받아야 치료비의 80~100% 지급이 가능한데 통원비는 횟수당 보통 10만~30만원에 불과하다. 1000만원을 주고 무릎 시술을 받은 A씨는 통원 보험금 총 60만원을 수령했지만 나머지 940만원은 본인 부담이 됐다.



A씨처럼 B한방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보험금을 못 받은 사람은 60명이 넘는다. 환자들은 병원 앞에서 집회하고 병원을 상대로 고소했지만 당장 돈을 돌려받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런 일이 잦으면서 보험사들은 해당 병원에서 청구된 건은 더욱 꼼꼼하게 심사하고 있다. 경미한 환자인데도 KL2등급으로 분류해 시술을 권유하고, 100% 실손 보장 등 잘못된 정보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등의 과잉 진료로 의심되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기 때문이다. 병원의 설명과 달리 대형 A·B보험사만 봐도 이 병원에서 무릎주사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치료비 100%를 지급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무릎주사치료는 신의료기술로 통상 시술에 드는 시간이 약 1시간 내외다. 6시간 이상 병원에 머물러야 입원이 인정되는데 이 시술만으로는 그럴 필요성이 희박하다고 보험사들은 판단했다. 반면 무릎 인대재건술 등 무릎 관절경내의 수술적 치료와 병행되는 경우에는 입원 보험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무릎주사치료를 받기 전에는 본인이 치료 대상이 되는지와 가입한 실손보험이 보장되는지 확인이 먼저다. 같은 실손보험이라도 2017년 4월 이후 가입한 3·4세대 실손은 별도 특약에 가입한 경우에만 보상이 가능하다. 설령 보상이 되더라도 통원비 정도로 그 외에 금액은 본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등급 관련 보험사와 다툼이 있을 경우는 보험사와 상의해 의료 기관을 재지정하고 등급 확인을 다시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기도 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하셨어요?" 묻는 경우가 있으면 과잉 진료를 먼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병원 말만 믿고 고가의 시술을 받았다가 환자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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