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위협과 범죄에 포위된 스웨덴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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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웨덴이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천국' 스웨덴이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총격전이 벌어지고 폭탄테러가 벌어지는 곳이 되었습니다. 에콰도르에서 실은 마약이 스웨덴에 도착한 후 유럽 전역에 배달됩니다. 인구가 1000만 정도인 이 나라에서 200만 명이 발칸반도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입니다. 이 이민자들이 스웨덴 사회에 완전히 녹아들지도 못해 별도의 슬럼을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스웨덴어도 능숙하지 않습니다. 스웨덴 국적만 가지고 해외로 돌아다니며 범죄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스웨덴은 더이상 중립국도 아닙니다. 이제는 나토의 회원국으로서 러시아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을 포함한 징병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경제도 예전같지 않아 스웨덴 젊은이들이 부국인 옆나라 노르웨이로 건너가 바나나 껍질을 까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위기는 이 나라를 지켜보는 많은 나라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 벌어진 영국의 반이민 폭동도 스웨덴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300만 명의 작은 공화국에서 시작해 지금은 3억이 넘는 대국이 되었습니다. 많은 문제도 있었지만 미국의 이민자 수용정책은 대체로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의 이민정책은 20년도 채 되지 않아 파국을 맞고 있습니다. 어쩌면 스웨덴의 폴크헤메트(국민가족)라는 공동체주의적 정책이 가진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가족은 내부적으로는 단결되어 있지만 반대로 외부에게는 적대적일 수 있습니다. 가족의 특성을 국가 운영에까지 연결시키려는 공동체주의의 문제입니다. 과거 일본의 '가족국가' 이념 역시 내부적으로 단결을,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배타적 제국주의를 추구했습니다. 어쩌면 이민자가 원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복지와 배려가 아니라 기존 국민과의 차별을 없애는 '공정'일 것입니다. 스웨덴 같이 공동체가 강한 나라가 인구의 5분의1이나 되는 신규 멤버들을 차별없이 포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안팎을 둘러싼 위기와 극복방안 논의를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뉴욕리뷰오브북스의 8월 15일자 르포기사는 인구 격감을 맞아 이민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질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스웨덴 사람들에게 종교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1996년, 수정처럼 맑은 스톡홀름 군도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여름을 보낸 후 이렇게 썼다. "그것은 근거 없는 통념이다." 그들에게도 종교가 있다.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900만 스웨덴 국민 모두가 가게 문을 닫고 산골로 향하거나 발트해의 이 좁은 국토를 둘러싼 수많은 섬이나 군도 중 한 곳으로 떠나 소박한 별장에서 길고 푸른 낮과 짧은 '백야'를 즐기는 달콤하고 강렬하지만 가슴 아프게도 너무 짧은 계절인 바로 솜마르(sommar)가 바로 그 종교다."



지난 7월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왕궁에 인접한 6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에 체크인했을 때, 나는 그 종교의 외관과 정신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오래된 페리선이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1995년 여름도 이랬겠지, 아니 심지어 스톡홀름 외곽 군도를 배경으로 한 지독하고 파멸적인 로맨스를 그린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첫 영화 <모니카와의 여름>이 극장에서 상영되던 1953년 여름도 이랬겠지라고 생각했다.

TV를 켜자 나의 데자뷰는 반복되었다. TV에서는 스톡홀름의 유르가르덴 섬에 있는 야외 박물관인 스칸센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음악쇼 '알송 포 스칸센'의 경쾌한 주제곡인 '스톡홀름 인 마이하트'의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지난 9월 즉위 50주년을 맞이한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도 실비아 왕비와 함께 '스칸센'을 찾아 어느 스웨덴 래퍼가 내키는대로 랩을 하자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30년 전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거의 모두가 섬 어딘가로 떠나 있었다. 하지만 2023년은 고전적인 의미에서 스웨덴의 마지막 '솜마르' 즉, 스웨덴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또는 비유적으로 섬에 머무르며 속세를 잊을 수 있는 마지막 여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속세가 그들 곁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스톡홀름에 있는 동안 나는 2022년 9월 선거 이후 출범한 중도우파 연립정부의 최대정파인 중도당 소속의 폴 욘손 스웨덴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그 전 주에 변덕스러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했다. 그는 스웨덴 정부가 스웨덴 거주 쿠르드족 '테러리스트'에 대해 충분히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반대해왔었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2023년 3월에 스웨덴 의회의 압도적인 표결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핀란드와 함께 같은 날 이 방위동맹 가입 신청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했었는데, 에르도안은 애매한 입장을 보였고 계속 애매한 말을 했다.

스웨덴이 1990년대 중반부터 유럽연합(EU)과 나토의 준회원국 프로그램인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에 가입한 이후 점진적으로 버려온 2세기 동안의 중립국 지위를 완전히 포기하기로 한 결정은 핀란드보다 훨씬 더 큰 심리적 도약이 필요했다. 핀란드에게 중립은 2차 세계대전 중 소련에 패한 후 어쩔 수 없이 강요된 편의적 조치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세기에 소련 또는 소련이 지원하는 세력과 세 차례나 싸웠던 핀란드인들은 결코 마음 속으로 중립을 지킨 적이 없었다. 이에 반해 스웨덴인들은 대부분 중립이다. 아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인들은 대부분 중립적이었다. 스웨덴이 마지막으로 대규모 전쟁에 참여한 것은 1809년 러시아에 맞서 싸웠던 핀란드전쟁에서 패배했을 때다. 그 이후로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중립국 지위를 굳건히 지켜왔으며 이는 여전히 많은 스웨덴인의 양심을 괴롭히고 있다.

현대 스웨덴군이 비록 국제 평화유지 작전에 참여하고 있긴 했지만, 스웨덴이 소중한 중립을 포기하고 서방에 완전히 합류한다는 생각은 최근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윌리엄 셔러는 '스칸디나비아의 도전Challenge of Scandinavia' (1955)에서 이를 간결하게 표현했다. "러시아의 핀란드 진출이나 그에 못지않은 도발적인 행동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스웨덴이 서방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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