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셀 안전장치 전문 신흥에스이씨, 캐파 확장

머니투데이 김혜란 기자 2024.08.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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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배터리 화재방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사고 이후, 현 수준의 기술만으로는 열폭주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간 신기술 확보를 위해 내공을 쌓아둔 코스닥사는 주가 뿐만 아니라 사업성 측면에서도 전환기를 마련한 셈이다. 더벨이 배터리 화재방지 비기를 보유한 '게임 체인저'들을 살펴봤다.

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폭발방지를 위해선 분리막 손상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류를 원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배터리 내부 압력이 상승할 때 이를 감지해 가스를 배출하는 안전장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것 중 하나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배터리 폭발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신흥에스이씨 (8,140원 ▲80 +0.99%)는 배터리 셀 내 가스를 외부로 빼내 폭발을 방지하는 부품을 생산한다. 각형 배터리에는 캡 어셈블리(Cap Assembly)가, 원형배터리에는 전류차단장치(CID)가 들어간다. 이 중 전체 매출의 약 66%를 차지하는 캡 어셈블리가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캡 어셈블리는 배터리 셀에 뚜껑 형태로 장착되는데, 셀 내부의 압력이 일정한 범위를 넘어서면 '벤트'(가스 배출구)를 통해 파단(내부 가스 배출)하는 방식으로 폭발을 막는다. 신흥에스이씨는 각형배터리와 원형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SDI에 캡 어셈블리와 전류차단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 투자 속도 맞춘 캐파 확대 전략

신흥에스이씨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 계획대로 캐파(CAPA·생산능력)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달 울산광역시 울주군 반천산업단지 울산신공장과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 각각 공장을 지었고 1·2라인을 구축해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울산은 연말까지, 미국은 내년 1분기까지 3·4라인을 더 확보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엔 풀캐파를 돌려 캡 어셈블리를 월 500만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러면 연 매출 2000억원을 추가할 수 있다.


울산·미국 공장 건설은 삼성SDI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미국 합작공장 '스타플러스에너지'를 세우면서 인근에 부품 공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투자 시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동률 약 90%, 약 3190억원의 매출을 냈던 헝가리법인은 올해 2분기 들어 가동률이 약 68%로 떨어진 상태다. 신흥에스이씨 관계자는 "(캐즘 영향으로) 3분기에는 헝가리법인의 가동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아직 4분기 가동률은 예측하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캐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 내년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유럽시장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더라도 미국공장에서는 풀캐파 가동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헝가리라인의 부족분을 미국법인이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흥에스이씨는 2020년 2801억원에서 2021년 3668억원, 2022년 4778억원으로 계속 앞자리를 바꾸며 성장세를 보여줬고, 지난해에는 연결회계기준 매출액 약 5399억원을 달성,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상반기까지 신흥에스이씨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9% 증가한 2460억원을 기록했으나 하반기엔 최대 매출처인 헝가리법인의 가동률 저하로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2027년 매출 1조원 달성 계획 변함 없다"



신흥에스이씨는 202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해 왔다. '1조 클럽' 가입을 목표로 캐파 확장 전략과 함께 포트폴리오 확대도 준비 중이다. 삼성SDI가 개발하는 '46파이'(지름 46㎜, 높이 미정)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안전 부품 포트폴리오가 신성장동력이다. 삼성SDI는 46파이 배터리 양산시기를 2026년으로 잡고 있다.

신흥에스이씨는 46파이 배터리용 전류차단장치를 개발해 고객사와 샘플을 테스트 중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부품은 내년부터, ESS용 LFP 배터리는 2026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삼원계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LFP배터리도 폭발 방지 기능은 필수다.

또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용 폭발 방지부품도 개발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폭발 위험성을 현저히 낮춘 것일 뿐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역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전기차 배터리 폭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안전부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내 신흥에스이씨의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의 김익현 부사장도 지난 12일 열린 신흥에스이씨 울산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신흥에스이씨가 생산하는 캡 어셈블리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핵심 부품으로서 그 정밀한 성능과 뛰어난 품질이 배터리의 전체 성능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며 "신흥에스이씨와의 협력은 앞으로도 삼성SDI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셀(안전)은 셀사가 책임지고, 팩과 모듈은 완성차 기업이 BMS로 커버하겠다는 것"이라며 "셀 단위 안전장치를 만드는 게 신흥에스이씨 같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앞선 관계자는 "생산 캐파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며 "올해가 힘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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