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소아마비'…백신 급한 가자지구 총성 멈춘다, 휴전 이어질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8.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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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중부부터 남부, 북부까지 순차적 진행…
9월1일부터 3일간 9시간씩 군사작전 일시 중단,
필요한 경우 작전 중단 기간 4일로 연장할 수도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가 가자지구 내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의 전투를 일시 중단한다. 미국·카타르·이집트 등 중재국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위한 '일시 전투 중단'이 휴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CNN·AP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일부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을 일시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WHO의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 대표인 릭 피퍼콘은 이날 유엔 브리핑에서 가자지구의 10세 이하 아동 65만명에 대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3일간 3단계로 나눈 일시 휴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퍼콘 대표는 "캠페인 기간에 지역별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에 대해 예비 약속을 했다"며 "3일 동안 중앙 가자지구에서 먼저 군사작전이 중단되고, 그다음에는 남부, 그다음에는 북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9월1일부터 사흘간 가자지구 중부에서 현지시간 기준 매일 오전 6시~오후 3시 사이에 교전을 중단한다. 중부 지역의 접종이 종료되면 남부와 북부에서도 백신 접종을 위해 순차적으로 사흘씩 군사작전이 중단될 예정이다. 추가 시간이 필요한 경우 양측은 합의를 통해 군사작전 중단 기간을 나흘로 늘리기로 했다.



2020년 9월 가자지구에서 유엔 팔레스타인구호기구(UNRWA) 직원이 아기에게 소아마비 백신과 로타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2020년 9월 가자지구에서 유엔 팔레스타인구호기구(UNRWA) 직원이 아기에게 소아마비 백신과 로타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피퍼콘 대표는 "(군사작전 일시 중단 기간) 3일은 충분한 백신 접종을 달성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필요한 경우 지역별로 하루씩 또는 이보다 더 길게 캠페인 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접종을 위한 소아마비 백신 126만 회분이 이미 가자지구에 도착했다.

하마스의 정치국 위원인 바셈 나임은 백신 접종을 위한 가자지구의 군사작전 중단을 환영하며 "우리는 이 캠페인을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이스라엘 관계자도 CNN에 "9월1일부터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며 가자지구 군사작전 일시 중단 사실을 확인했다.

소아마비 백신 접종은 최초 접종 후 4주 뒤에 2차 접종이 필요하기 때문에 2차 접종 때도 군사작전 일시 중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CNN은 "가자지구 전쟁 전 거의 100%에 달했던 소아마비 백신 접종률은 현재 80% 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피퍼콘 대표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소아마비 발병을 막기 위해선 90% 이상의 접종률이 필요하다.


이달 16일 가자지구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10개월 된 아이가 소아마비에 걸린 것이 처음 확인됐다.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된 것은 25년 만이다. WHO는 소아마비로 추정되는 증상을 보이는 아기가 2명이 더 있다며 확인을 위해 관련 검체 표본을 요르단의 연구소에 보냈다며 이미 수백 명이 소아마비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아마비는 주로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발병해 회복이 불가능한 마비 증상이 나타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른다. 이 질병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료법이 없어 백신 접종으로만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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