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도 품은 우리, 종합금융 면모 갖췄다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김도엽 기자 2024.08.29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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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우리금융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다. 이달 초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보험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다만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따른 제재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관련해 다시 고개를 숙였고 "조사·수사결과에 따른 조치에 겸허히 따를 것"이라고 했다.

우리금융은 28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결의하고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1조5493억원이다. 동양생명 주식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주식 100%를 2654억원에 인수한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꾸준히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타진했다.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95%를 차지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아서다. 지난 1일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이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하면서 보험업이 마지막 '퍼즐'로 남았다.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타진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았다. 안방보험의 파산으로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조속히 매각해야 하는 동양·ABL생명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금융은 지난 6월 다자보험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고 약 2개월간 현장실사를 벌였다. 최종가격은 자본비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인수가로 언급한 1조9000억원보다 낮았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보사 중 수입보험료 기준 6위, ABL생명은 업계 9위 보험사다. 두 보험사를 한 번에 인수하면서 우리금융은 자산 50조원 규모의 6위권 생보사를 자회사로 갖게 된다.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한 지 10년 만의 보험업 재진출이다. 최종 인수에 성공하면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종합금융그룹'에 걸맞은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필요한 절차를 거쳐 동양·ABL생명 두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지난 1일 출범한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은행·증권·보험 등을 아우르는 계열사간 연계영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인수까지 걸림돌이 남아 있다. 최근 터진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손 전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우리은행이 내준 350억원 규모의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적발했다. 전날 검찰은 우리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금융지주회사법 57조에 따라 금융지주가 영향력을 행사해 자회사가 법을 위반하면 금융지주도 기관제재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부당대출문제가 금융당국의 승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종룡 회장도 이날 열린 긴급 임원회의에서 "이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사업계획 수립, 금융당국의 승인 등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 회장은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해 다시 한번 사과하며 "조사, 혹은 수사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히 따를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조사와 함께 수사기관의 수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같다"며 "금감원과 검찰의 조사에 숨김없이 모든 협조를 다해 이번 사안이 명백히 파악되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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