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손현주, 할리우드 리엄니슨 뺨칠 미친 부성애 연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8.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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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을 부르는 명품배우의 압도적 열연에 시청자 열광

손현주 / 사진=지니TV손현주 / 사진=지니TV


사자떼 한복판으로 들어가 자식을 지키려는 외톨이 호랑이, 지니TV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의 송판호(손현주)는 그런 남자다. 수적으로 열세한 상황에서 숨죽여 발톱을 감추고 있지만, 결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상대다. 김강헌(김명민)이 자신에게 총을 겨누자 두 눈이 시뻘게진 채 벌벌 떨다가도, 제 아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가 입을 떼려고 하자 그를 향해 망설임 없이 총을 쏜다. 아들 송호영(김도훈)을 지키려는 송판호의 부성애는 집요하고도 뜨겁다. 할리우드에 ‘테이큰’ 리암 리슨이 있다면 K-드라마에는 ‘유어 아너’의 손현주가 있다.

판호는 호영이 사망사고를 내던 날, 동요는 짧게 행동은 빠르게 옮기며 “무조건 널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어”, “사고가 난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놔”라며 곧장 움직한다. 판호는 판사로서의 신념을 부성애에 잠식 당한다. 판사 판호는 공명정대하고, 신망이 두터우며, 정의의 의인화라 불릴 만큼 도덕적이다. 반면 아버지 판호는 사악하고, 비굴하며, 또 야비하고, 악랄하다.



손현주 / 사진=지니TV손현주 / 사진=지니TV
하지만 아버지라는 이름 아래 판호는 함부로 악이라 재단할 수 없는 남자다. 공백이 밀려들 때 자신 때문에 죽은 자들을 위해 오열하고, 자신이 벌인 사악한 짓에 목놓아 울부짖는다. 여기에 김강헌과 주변 인물들에게 기꺼이 자신이 살인자라 거짓말까지 하는 애끓고 절절한 부성애. 그런 복잡다단한 판호를 다름 아닌 손현주가 연기하게 된 것은 ‘유어 아너’의 가장 승률 높은 베팅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직한 발성으로 판호의 태양 같던 판사의 모습에 신뢰를, 격렬하게 요동치는 눈빛으로 죄의식에 점령당한 아버지의 혼돈을 손현주는 어렵지 않게 연기한다. 이름만으로 이미 믿고 보는 네임드가 됐지만, 그럼에도 믿음 이상의 연기를 해내는 관록의 배우다. 특히 김명민과 숨 막히게 대립하는 신들도 좋지만, 혼란한 마음으로 음식을 입에 욱여넣는 걸신들린 ‘먹방’ 연기가 일품이다. 손현주가 격렬하게 우동을 먹던 장면은 생존을 위한 사투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 화면 바깥까지 오롯이 느껴졌을 정도다.

손현주 / 사진=지니TV손현주 / 사진=지니TV
손현주는 데뷔 초 단역만 전전하던 배우였다. 미남형도 아니라 외모로 출세를 노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데뷔 초 방송국을 돌아다니면 그를 부르는 호칭은 ‘야’ 혹은 ‘어이’였다. 잘리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했고,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작은 신에도 열성을 다해 몰입했다. 그렇게 작은 역으로 필모그래피를 촘촘히 쌓아갔던 그는 1995년 일일극 ‘바람은 불어도’를 통해 드디어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소처럼 일했고, 주연배우로 자리하며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됐다. ‘열일’의 흔적은 그에게 수많은 잔근육을 안겨주며 안 해본 배역이 없고 해내지 못할 역할이 없는 배우로 만들었다.


그런 배우가 자비와 무자비의 경계를 넘나들며 뛰어든 ‘유어 아너’는 그의 이름값만으로 힘을 갖는 작품이라는 걸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 속 판호가 짐승처럼 약육강식으로 키워진 ‘주먹수저’ 김강헌의 우원그룹 일가와 맞설 때, 평범한 시민이 위압적인 인물로 변모하는 급진적 전개를 납득시키는 데 손현주 이상의 개연성을 부여할 배우는 아마 없어 보인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뜻의 드라마 제목 ‘유어 아너’. 극 중 재판장인 손현주의 연기력 역시 존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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