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다이내믹한 연기로 낸 굉음 [인터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8.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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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 사진=넷플릭스윤계상 / 사진=넷플릭스


“내가 뭘 잘못해서. 우리 가족이 뭘 잘못해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 연출 모완일)에서 상준(윤계상)은 우연히 던진 돌에 맞는 개구리다. 그의 대사처럼 상준은 잘못한 것도 없이 가정이 처참히 박살 난다.

극 중 상준은 작은 공장을 운영하다가 전 재산을 털어 모텔을 시작한다. 호수가 보이는 전경이 아름다운 모텔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과 모텔은 그의 모든 것이다. 하지만 비 오는 어느 여름날, 한 손님을 우연히 받은 이후 벌어진 사건으로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는다. 상준은 절망하고 원망하다가 끝내는 공허함 속에 자신을 가둔다. 윤계상은 이런 상준을 오롯하게 체화하며 시청자들에게 그 처절한 절규를 전이한다. 일련의 사건으로 삶이 180도 바뀌어 버린 인물의 다이내믹한 감정 변화를 세밀하고 섬세하게 화면으로 욱여넣는다.



윤계상은 보편적인 대중성이 없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손을 잡았다. 이 작품만이 지닌 독특한 전개에 매료돼 상준을 기껍게 맞이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깨달음도 얻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가 있으면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이즈(IZE)는 윤계상을 만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계상 / 사진=넷플릭스윤계상 / 사진=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어떻게 보셨나요?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아주 재밌게 봤어요. 대본 볼 때처럼 재밌었어요. 제가 바라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대단히 판타지적이거나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는 한국 드라마의 보편적 대중성이 있지 않았어요. 독특한 형식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이 작품은 정서 자체가 향이 짙게 나는 드라마라고 느껴졌어요. 그때그때 즐기고 생각이 나지 않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에 이 작품은 잔향이 짙은 드라마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걸 어떻게 만들지 궁금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상준이 극 중에서 겪는 일련의 일들은 상당히 무거운데 어떤 점을 신경 써서 연기하려고 했나요?


“상준 역할이 이 작품에서 의미하는 바가 분명히 있어요. 그걸 온 힘을 다해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잘 전달된 것 같고, 재밌었어요. 이런 역할을 한 게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준비도 꽤 많이 했고요. 살도 14kg 정도 감량했어요. 상준의 감정 흐름은 순차적으로 친절하게 있던 편에 속해요. 장면 장면마다 감정이 무너지는 계기가 분명히 있죠. 그래서 감정선의 변화를 계획하면서 연기하기보다는 친절하게 나와있는 대본에 충실해서 연기했어요.”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하고 처참히 무너져가는 상준을 연기하면서 답답하게 느꼈던 적은 없나요?



“그런데 상준이 같은 상황에 처하면 대개가 같은 반응일 것 같아요.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범인과 대면했을 때 왜 앞에 두고도 때리지 못하는지 답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 사람들은 공포를 현실로 맞닥뜨리면 아무것도 못해요. 적어도 제 생각엔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때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요. 그런 모습들이 상준인 것 같아요.”

극 중 상준과 영하가 내레이션을 통해 반복적으로 던지는 화두처럼 어떤 메시지를 담은 작품일까요?

“영하와 상준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피해를 보잖아요. 작은 사건들이 겹치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은 피해가 겹겹이 쌓이면 사람이 무너질 수 있겠구나를 느꼈어요. 그래서 사회 문제 전반을 다시 보게 된 것 같아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모른 척, 아닌 척 덮어버리는 게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윤계상 / 사진=넷플릭스윤계상 / 사진=넷플릭스
영화 ‘범죄도시’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지환 배우가 극 중 단짝으로 등장해요. 둘의 케미스트리가 매우 좋았는데 현장에서는 어땠나요?

“(박)지환이하고는 정말 좋았죠. ‘범죄도시’ 찍고 나서 계속 만나고 있고 또 같은 회사에 속해있기 때문에 캐스팅된 것도 알고 있었어요. 종두(박지환)와 상준 역할로 현장에서 만났을 때 대단히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어떤 분위기를 내야 하는지 둘 다 정확하게 알고 있었어요. 그 정도로 호흡이 편하고 좋았어요. 현장에서 대본 밖의 행동을 모완일 감독이 잘 풀어주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는데 우리는 풀어줬던 걸로 기억이 나요. 아주 친한 배우이라 오히려 믿고 갔어요. 연습이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대면하는 장면은 없지만 영하의 불청객 성아 역의 고민시 배우 연기는 어떻게 봤나요?

“최고죠. 정말 잘했어요. 고민시가 한 연기는 정말 어려워요. 연기하기도 어려웠을 거고요. 그 인물의 악행에 맥락이 없으니까요.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각자 개성대로 연기하는 건데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무섭기도 하고 미친 것 같기도 했어요. 몰입하면서 봤어요.”

작품에 대해 호불호 섞인 반응도 있어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선택하고 촬영하고 홍보하는 이유가 이 작품이 흥행하는 것도 좋지만 작품성이 있어서예요. 저는 이 작품에 대한 후회가 없어요. 대중의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좋은 작품이다’ ‘잘못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는 거예요. 배우로서 매 순간 작품이 절실하지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처럼 시도적인 작품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강력해요.”

작품성을 강조하셨는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지닌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 작품은 잘못한 것 없이 돌을 맞은 수많은 개구리들에게 대한 이야기예요. 개구리 중에서도 유별난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상준은 던진 사람이 누군지 모른 채로 돌 맞은 개구리고 영하는 던진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돌을 얻어맞은 개구리죠. 이 작품에 대한 메시지를 사실 말하기가 힘들어요. 저는 그냥 극에서 제시하는 역할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작품이 지닌 큰 의미를 잘못 말할까 봐 엄청 걱정돼요. 작품을 하고 나면 무슨 질문에도 답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아니에요. 되게 큰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제가 아는 것에서 또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부담스러워요. 잘못 전달하면 안 되니까요.”



가수로서 오는 9월 지오디 콘서트도 앞두고 있어요.

“배우 활동은 그냥 하는 거고 지오디는 그냥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지오디는 특별한 활동을 안 하는데도 콘서트가 매진되니 멤버들끼리 놀라워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잘 되는지 의아하면서도 정말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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