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DB그룹 '위장 계열사' 혐의 조사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4.08.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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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 DB그룹 '위장 계열사' 혐의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DB그룹의 '위장 계열사'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DB그룹이 고의로 계열사를 숨긴 것으로 판단할 경우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 DB그룹은 혐의를 부인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과거 DB그룹 계열사들이 출연해 설립한 '동곡사회복지재단'(이하 동곡재단)과 동곡재단이 지분을 갖고 있는 '삼동흥산', '빌텍' 등이 DB그룹 계열사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지정에 앞서 각 그룹으로부터 자료(이하 지정자료)를 제출받는다. 지정자료에 담긴 계열사 현황 등에 허위·누락이 있으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단순 실수 등 경미한 사안이면 경고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고의성·중대성 등이 있다고 판단하면 공정위가 총수를 고발할 수 있다. 검찰 기소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DB그룹은 동곡재단, 삼동흥산, 빌텍 등을 계열사에서 제외한 지정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 왔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이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요건에 해당하는지, 계열사 요건을 충족한다면 고의 누락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중점 조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2024.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2024.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동곡재단, 삼동흥산, 빌텍은 DB그룹 계열사들과 지분 또는 거래 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동곡재단은 김준기 DB그룹 총수(전 DB그룹 회장)의 부친 동곡(東谷)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호를 따 1989년 설립한 사회복지재단이다. 동곡재단은 관련법상 공시 대상이 아니라 소유 구조나 거래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동곡재단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현황을 유추할 수 있다.

동곡재단은 광업·도매업을 하는 삼동흥산의 지분 18.18%를 보유(2023년 말 기준)하고 있다. 그런데 삼동흥산은 DB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DB Inc와 같은 건물(서울 강남구 소재 DB삼성동빌딩)을 사용 중이다. DB삼성동빌딩은 원래 삼동흥산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3월 DB Inc는 이 빌딩을 약 858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건물유지관리업 등을 하는 빌텍 역시 같은 건물에 있다. 빌텍의 대주주는 삼동흥산(2023년 말 기준 지분율 57.9%)과 동곡재단(23.8%)이다.


DB하이텍의 소액주주들은 삼동흥산과 빌텍이 각 회사 자산의 상당 비중을 DB하이텍 주식으로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DB그룹 핵심 계열사다.

이런 거래 관계가 중요한 것은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여부를 판단할 때 지분율 요건(총수 단독 또는 총수 특수관계인과 합해 해당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 소유)뿐 아니라 '총수의 회사 경영 영향력 행사 여부' 등도 따지기 때문이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총수가 기업 임원 임용·면직에 관여하고 있는지, 거래 관계가 있는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계열사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DB그룹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동곡재단 출범 과정에서 예전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출연했고 이런 점에서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동곡재단 산하 회사들이 창출한 이윤은 재단의 사회복지 활동의 재원으로 쓰일 뿐 DB그룹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또 "DB그룹은 재단과 재단 산하 회사들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정위는 "조사와 관련해서는 발언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 사건과 별개로 DB손해보험이 DB Inc에 과다한 상표권 사용료를 냈는지 등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사건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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