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웨이아웃' 김성철, 목사님이 이렇게 섹시하면 반칙 아닌가요?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8.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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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은 작지만 결말부 강렬한 존재감으로 하드캐리

김성철 / 사진=STUDIO X+U김성철 / 사진=STUDIO X+U


*이 기사엔 결정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성도 여러분 세상에는 신앙의 힘으로 안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노 웨이 아웃’에서 목사인 준우(김성철)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이다. 성도들은 농담으로 들었지만 “기도해야죠. 하시되 건성으로 하세요”라고 한 말도 실은 진심이다. 목사가 뱉기엔 다소 위태로운 말들이지만 성도들은 준우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말씀’으로 듣고 신뢰한다. 그리고 이 말도 진심이다. “혼자 기도할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서 인생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세요. 우리의 인생을 거는 겁니다.”



준우는 정말 인생을 걸었다. 주님 말씀을 전하는 성직자로서의 헌신이 아닌, 성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데 걸었다. 이 때문에 준우는 철저한 이중생활을 한다. 교회에선 병든 노목사를 애지중지 돌보는 성실하고 선한 젊은 목사로, 교회 밖에선 가면을 뒤집어쓰고 성범죄자 살인청부를 사주하는 일명 ‘가면남’으로 산다.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를 짓던 이 남자는 뒤돌자마자 미소를 비릿한 실소로 전복하며 자신을 둘러싼 공기를 180도 바꾼다.

김성철 / 사진=STUDIO X+U김성철 / 사진=STUDIO X+U


'지킬 앤 하이드' 같은 남자다. 단, 이중인격은 아니고 한쪽(목사)은 모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아주 정교하게 빚은 연기다. 준우는 8부작인 ‘노 웨이 아웃’에서 5, 7, 8회에만 나온다. 그중 5회와 7회에선 각각 1분, 20초 등장이 전부다. 잠깐 스치듯 나오는 정도다. 그러다 마지막 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폭발시키며 ‘노 웨이 아웃’의 묵직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준우가 성범죄자들을 처단할 수밖에 없던 어린 시절의 처절한 서사와 복수로 잠식된 일그러진 신념은 김성철의 얼굴을 통해 강렬하게 화면을 집어삼킨다.

또 그의 모습은 섹시하다. 준우는 극에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악인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왠지 가련하고 섹슈얼함을 품은 독특한 캐릭터다. 가느다랗게 찢어진 눈에 교활함과 슬픔을 빠르게 교차하는 김성철의 연기는 준우를 섹시하고 애틋하게 피워낸다. 그래서 사적 복수를 가장 큰 줄기로 삼는 ‘노 웨이 아웃’은 조금 과장하자면, 김성철을 위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김성철의 완벽한 불온함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져간다. 드라마 초반엔 얼굴을 드러내진 않지만 극적 갈등을 일으키는 가면 속 주인공이자, 피날레를 장식할 정도의 존재감. 그리고 다음 시즌이 만들어진다면 또다시 주축이 될 캐릭터다.

김성철 / 사진=STUDIO X+U김성철 / 사진=STUDIO X+U

김성철은 ‘노 웨이 아웃’에서 조진웅, 염정아, 유재명, 김무열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경력 차이가 꽤나 나는 선배들과 나란히 할 수 있던 건, 그 역시 성실하게 자신의 내공을 잘 쌓아온 덕이다. 출세작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안방극장과 스크린 그리고 무대까지 오가며 어디든 연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기꺼이 존재했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입지를 다졌음에도 뮤지컬 무대를 고집스럽게 오른다. 각 매체의 장점을 성실하게 흡수해온 그는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최근작(‘노 웨이 아웃’, ‘댓글부대’ 등)들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연기로 쌓은 호감은 그 바깥 것들에도 영향을 끼치며 그를 ‘SNS 스타’로도 만들었다. 올여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틱톡 콘텐츠 음원은 위아더나잇의 ‘티라미수 케익’(2015)이다. 발매된 지 10년 가까이 된 이 곡은 김성철이 출연한 KBS2 드라마 ‘투 제니(TO. JENNY)’(2018)에서 부른 버전이 최근 인기를 끌며 역주행했다. 이 곡의 실제 주인은 위아더나잇이지만 SNS 등지에서 체감되는 주인은 김성철이다. 김성철은 지난달 참석한 ‘노 웨이 아웃’ 제작발표회에서 “이제 ‘티라미수 케익’ 인기는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수줍어했다. 그러나 김성철의 바람과 달리 ‘티라미수 케익’의 인기는 여전하다. SNS를 도배한 ‘티라미수 케익’ 챌린지를 보고 있자면 세계적인 열풍도 가능해 보인다.



김성철의 실상은 티라미수 케이크보다 크레이프 케이크에 가깝다. 겹겹이 쌓아 올린 사이사이로 달콤하기도 하고 매콤하기도 하고 새콤하기도 하다. 다음 장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맛깔난 연기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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