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병원 안 거치면 '빅5' 본인부담 높인다…경증환자 응급실 이용료↑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08.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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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 구체적 계획 공개
"이르면 9월 상급종합병원 시범사업 실시…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바꿀 것"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이 21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자료/사진= 박미주 기자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이 21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자료/사진= 박미주 기자


2차 병원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인상된다. 경증·비응급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도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대신 2차 병원의 진료의뢰서가 있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경우엔 현재보다 의료비 본인부담이 내려가게 된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2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 과장은 "그동안 전공의에 대한 과중한 근로 의존이 있었던 현실을 개선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중심의 진료체계로 확립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며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등 그간의 왜곡된 의료공급 이용체계를 근본 해결하는 체계 전환을 착수하면서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진료와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이라는 5가지 전반의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응급실 방문 환자의 약 44%는 경증·비응급 환자인데 이로 인해 중증·응급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 과부하가 걸려 정작 진료가 시급한 중증·응급환자가 제때 진료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계획을 이달 말 발표하고 이르면 오는 9월부터 3년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경증·비응급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유 과장은 "경증·비응급 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 시에 본인부담분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작업을 착수하고 있다"며 "2차급에 전문적으로 의뢰된 환자는 본인부담을 경감하는 방안, 2차급 의뢰서 또는 산정특례 질환처럼 중증 소견에 의뢰서가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인상하는 방안 이 두 가지를 가져가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본인부담 인상안은 전체 병원에 적용할 계획이고 본인부담 경감안은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안을 구상 중인데 규정을 바꿔야 해 아직 시행 시기는 미정이다.

유 과장은 또 "일부 의료 이용에 있어서 가령 미리 갈 병원을 정하고 의뢰서를 써달라고 한다든지 경증환자라서 회송해야 되는데 그걸 거부한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의료진 판단하에 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음을 지급도 가능한데 좀 더 명확화하는 부분들도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상급종합병원의 적합질환을 정하고 해당 환자 진료를 많이 할수록 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적합질환의 예시로는 2차급 전문의뢰 환자, 전문질환질병군, 중증응급(KTAS 1~2)으로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환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입원 환자, 권역심뇌혈관센터나 권역외상센터에 입원한 환자, 로봇수술(포괄수가제 DRG A 해당) 등을 들었다. 유 과장은 "상종이 봐야 하는 적합질환에 대해 합리화해 가는 동시에 이러한 환자를 지금보다는 좀 대폭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유인 비전을 같이 가져가려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의뢰·회송 수가는 개선하고 권역 내 진료협력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도 줄이도록 한다. 서울의 1500병상 이상인 병원은 일반병상의 15%, 서울의 다른 병원들은 10%, 경기와 인천은 10%, 비수도권은 5% 각각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신 중환자 병상 확충으로 이 비중이 높아지도록 한다. 숙련된 전문 인력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선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현재 평균 40%에서 절반인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전공의 근무시간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


유 과장은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들의 업무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병원에서 자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그거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려 한다"며 "기존 인력의 재배치를 통해서 진료량이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인원의 감축 없이 지금 인력들이 좀 더 좋은 여건과 의료진을 위해서 협력하는 구조로 갈 수 있도록 전환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현재 평균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중을 3년간 단계적으로 60%까지 상향하는 게 목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보상 강화를 위해선 매년 건강보험 재정 3조원을 투자한다. 중환자실과 입원료 등 보상으로 1조5000억원 내외, 중증수술 보상에 약 5000억원, 사후보상에 약 1조원을 쓸 계획이다. 유 과장은 "전반적인 공급과 이용 체계가 지금 의료 전달 체계를 좀 정상화하는 과정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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