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돌반지 지금 팔까?…천장 사라진 '금값' 고공행진

머니투데이 천현정 기자 2024.08.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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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금현물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KRX 금현물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금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자극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몰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미국발 잠재 리스크가 현재의 상승세에 일부 반영돼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21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 따르면 국내 금 1kg 현물의 g(그램) 당 가격은 10만9040원으로 올해 들어 26% 올랐다. 지난 13일에는 장중 11만원을 찍으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KRX 금현물지수는 이날 2557.91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25% 오른 수준이다.



금값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자 거래 규모도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KRX 금 시장에서 금 거래량은 1만2483kg, 거래대금은 1조25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거래량의 90%, 전체 거래대금의 89% 수준을 이미 달성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금 관련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KRX금시장 거래량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은 42%에 달한다. 국내 유일의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금현물 (15,610원 ▲160 +1.04%) ETF'의 순자산액은 20일 기준 3146억원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5일 54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이는 상장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최대 순매수 기록이다.



최근 금값 상승 흐름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27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500달러를 돌파하며 금괴 1개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오는 22일(현지 시간)부터 열리는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내배치면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으로, 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다.

미국발 리스크와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점도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금값은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의 피난처라는 점이 부각된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에 더해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으로 중동 지역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금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금값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매수 주체의 손바꿈을 통해 금 가격 상승 여력이 확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이 여러 번 전고점을 경신한 만큼 지난 3~4월처럼 단숨에 10% 이상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도 완만한 상승 기조를 유지할 거시적 여건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인 금값 강세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 약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금값 강세를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해석하기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정책 전환에 따른 자금 흐름의 변화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 불확실성과 미국 경기침체 등 잠재 리스크가 상승세에 일부 반영돼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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