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의 '은행 고수익 논란' 재점화…'상생금융 시즌2' 나오나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8.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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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당기순이익 변화/그래픽=김다나5대 은행, 당기순이익 변화/그래픽=김다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의 고수익 논란', '상생의지' 등을 언급하면서 은행권이 소상공인 지원책 마련에 분주하다. 역대 최고 수준의 상반기 실적과 함께 최근 대출 금리 인상을 통한 예대금리차 확대 등으로 일부에선 '상생금융 시즌2'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전날 열린 금융위원장과 은행권 간담회 후 소상공인 지원 방안 검토에 나섰다.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 시스템의 내재화'를 제안하면서 맞춤형으로 소상공인 상환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언급하면서 "은행권이 이런 비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취임 후 은행권과 첫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지적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첫 만남 자리부터 이자장사를 지적하고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한 것과 다름없다"며 "신임 금융위원장이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은행권이 대부분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25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 증가했다. 은행별로 성적표는 엇갈린다.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배상 등의 영향으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대비 각각 19%, 4.8% 순이익이 감소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증가했다.

2023년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규모/그래픽=김다나2023년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규모/그래픽=김다나
은행권은 상반기 호실적 외에도 최근 진행된 대출금리 인상이 '상생금융 시즌2'로 이어질까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자장사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은행권은 당기순이익은 10%가량인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해 현재 운영 중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함에도 인위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올렸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주요 은행에 20번 이상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시장금리를 따라가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자수익 확대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은행권에서는 또 상생금융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은행권은 이번 예대금리차 확대는 당국의 정책목표에 맞추려고 어쩔 수 없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부에서는 정책목표 수행 과정에서 은행이 이익을 본 만큼 이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권은 소상공인 지원 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난해와 같은 방식의 상생금융은 어렵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내놓는 방식은 일회성으로 끝나야지 고착화하면 안된다"며 "이럴 경우 은행이 이익을 내야 하는 동기가 떨어지고, 밸류업(주주가치 제고) 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민생금융보다는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금리를 낮춰주거나 만기 일시상환을 분할 상환으로 바꿔주는 방식 등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권은 민생금융 지원책 외에 일정 수준을 넘는 금리를 원금 상환에 사용하거나 이자 일부를 매월 원금으로 감면하는 방식 등의 지원책을 운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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