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할 맛' 사라진 인뱅…수신 둔화에 "경쟁력 확보 고심"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2024.08.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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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최근 네 분기 수신 잔액 추이/그래픽=김지영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최근 네 분기 수신 잔액 추이/그래픽=김지영


인터넷은행들의 수신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여신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수신 조달 필요성이 떨어져 금리 매력을 낮춘데다, 투자시장의 영향도 받았다. 하반기 여신 성장 전략을 조정한 인터넷은행들은 다시금 저원가성 예금을 중심으로 수신 경쟁력을 키울 생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기준 수신 잔액은 21조8500억원으로 지난 분기(23조9700억원) 대비 2조1200억원 감소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예치금이 크게 줄면서 수신잔액이 감소한 영향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실명계좌 개설 제휴를 맺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비트코인 시세가 1억원을 넘는 등 가상자산 호황 덕에 케이뱅크는 1분기에 업비트 예치금을 바탕으로 수신을 5조원 가까이 불렸다. 1분기와 2분기의 상반된 결과에 케이뱅크가 업비트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수신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신 성장 둔화는 카카오뱅크도 고민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기준 수신 잔액은 53조4000억원으로 지난 분기(53조원) 대비 약 4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매 분기 조(兆)단위로 늘던 게 부진했다. 주식시장 활황에 상대적으로 요구불예금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여신 성장이 막히면서 수신을 늘릴 필요성이 줄었다. 은행은 예·적금 등 수신으로 자금을 받아 대출을 내주는데, 대출을 마음껏 내줄 수 없으니 굳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하반기 여신 성장 전략을 가계대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로 설정했다. 여신 성장 전략을 세운 인터넷은행들은 다시금 저원가성 자금을 늘리고 고객을 확보할 방안을 꾀하는 중이다.

케이뱅크는 다음달 9일부터 파킹통장 '플러스박스'를 개편한다. 최대 10억원인 금액 제한을 없앴다. 적용 금리도 금액 구간별 금리로 차등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수신에서 케이뱅크 상품의 비중을 높여 수신 안정성을 높일 방안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도 기존 수신 상품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고객 활동성이 자산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만큼 'with 000'과 같은 제휴 상품을 강화해 고객이 체감하는 혜택을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 6월 출시한 외화 서비스 달러박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만 정기예금 금리는 여전히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의 1년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3.10%, 케이뱅크는 3.30%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정기예금 최고금리(3.35~3.40%)보다 낮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이자 외 다른 혜택이 더해진 저원가성 수신 상품이나 특판 등으로 수신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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