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과 주민이 최근 보름 사이 남북 접경지역을 넘어 귀순한 것을 두고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우리측 초소(왼쪽)에 설치된 대북확성기(오른쪽)를 통해 대북방송이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남북 접경지역 인근 대북 확성기 방송 효과'에 대해 "최근 장마당 세대인 이른바 북한판 MZ세대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있고 자신들의 부모님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그런 세대에게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심리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북한에서 휴전선 인근 부대는 중산층 이상 자녀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며 "남한에 동요할 계층이나 김정은 정권에 적대심을 가진 계층은 가지 못하는 곳이어서 북한군 핵심 전력이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북한군이 귀순했다면 북한 지도부로선 타격이 클 것"이라며 "사상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처음엔 방송을 믿지 않다가 북한군 지뢰 매설 사망사고 등 아는 소식을 접하면서 믿기 시작하고 내부 동요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 1명이 20일 새벽 강원도 고성군의 육군 22사단 구역을 통해 도보로 귀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주민 1명이 귀순한 지 12일 만이다. / 그래픽=뉴스1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저녁엔 최대 30㎞ 밖에서도 방송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 피해와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과 달리 한국의 소식을 접하면서 심리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우리 군은 지난달 17일 남북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이 야지에 앉아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열악한 복무여건 등을 포착하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것"이라며 "북한군이 방송을 지속적으로 듣다보면 남한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신들이 알던 체제에 회의를 느끼면서 귀순까지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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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이번 북한군 탈북과 관련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하는 군인 숫자가 늘어난다면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판 MZ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당과 수령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주의가 표방하는 배급체계 붕괴로 북한 주민들은 종합시장인 장마당을 떠돌아다니며 각자도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MZ세대들은 각자도생하며 공정한 경쟁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전 세대보다 크다고 한다.
2000년 이후 대북(對北) 심리전 중단과 재개 일지.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