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준, 1년 뒤 장기 전략 발표…잭슨홀에 쏠리는 눈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8.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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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


전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오는 22~24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경제 심포지엄에 쏠려 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연설이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2%의 인플레이션으로 정의되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연준의 2가지 책무가 비슷한 수준으로 달성돼 거의 균형을 이룸에 따라 더 이상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불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년 반 가까이 지속해온 긴축에서 완화로의 통화정책 전환(Pivot: 피봇)을 의미한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내용은 이미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오는 9월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며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통해 알기를 원하는 것은 현재 성장 제약적인 금리가 얼마나 빨리 성장 중립적인 수준으로 내려갈 것인지 통화 완화의 속도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오는 9월 금리 인하 폭을 비롯해 향후 통화 완화 사이클의 속도에 대해 시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는 9월 FOMC 전에 나오는 지난 8월 고용지표와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확인하지 않고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너무 성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서 주목할 것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잭슨홀 연설은 향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 담론들이 제시될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

연준은 5년마다 장기 전략과 목표를 검토해 수정하는데 다음 발표 시기가 내년 8월이다. 따라서 파월 의장은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1년 뒤에 발표할 연준의 장기 전략 및 목표 수정과 관련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던 주제들을 언급할 수 있다.


연준의 이전 장기 전략과 목표 수정은 2020년 8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때 발표됐는데 이는 실패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준이 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에 너무 늦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연준은 코로나 팩데믹 때 경제가 완전 고용에 도달하고 인플레이션이 2% 위로 올라가 그 상태에 어느 정도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고용시장 수급이 매우 빠듯해지고 물가가 급등할 때까지 통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 결과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지르게 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역임했던 빌 더들리는 최근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경제가 완전 고용에 이르고 인플레이션이 2%로 상승함과 동시에 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연준이 더 빨리 통화 완화적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연준이 너무 늦게, 너무 적은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이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경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정책 전환이 언제쯤 이뤄져야 하는지 장기 전략 수정과 맞물려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 2%에서 3% 등으로 올리는 방안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가 아니라 1.5~2.5%처럼 범위로 바꾸는 방안도 연준의 장기 전략 검토 때 논의될 수 있다.

연준의 장기 전략 및 목표 검토는 그 자체로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큰 변수이자 다른 국가의 통화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이번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부터 향후 1년간의 논의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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