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이 더 간절해 보이는 가자지구의 휴전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8.20 04:03
글자크기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의 학교 대피소에서 대피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와 동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에 대응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대피를 요구하는 전단을 뿌렸다. /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의 학교 대피소에서 대피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와 동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에 대응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대피를 요구하는 전단을 뿌렸다. /AP=뉴시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이스라엘은 정말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을 원할까. 최근 전해진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 소식은 이런 의문을 들게 한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가자지구 내 총성은 여전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도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카타르·이집트는 민간인 추가 피해와 중동 지역 안정을 위해 각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재국 역할을 맡아 가자지구 휴전 협상 추진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양보 없이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며 협상에 소극적이다. 중재국 주도로 15~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당사자인 하마스는 불참하며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재국은 카타르 협상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재개한다고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카이로 협상은 21~22일 열릴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미국은 협상 진행 상황을 낙관하며 휴전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당사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하마스는 카타르 협상에서 제시된 중재안에 대해 "네타냐후(베탸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조건, 특히 영구적 휴전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포괄적 철수에 대한 거부"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장기화'를 목적으로 제시한 요구를 미국이 중재안에 담았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 타결을 위해선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와 신와르(하마스 새 정치지도자)를 압박해야 한다"며 협상 타결 지연의 책임을 하마스에 돌렸다.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 내 사망자 수는 4만명을 넘어섰고, 인구의 85% 이상이 집을 버리고 피난민이 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이다. 이스라엘에는 하마스에 억류된 가족을 10개월 넘게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옛 조상의 땅에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이스라엘과 이를 잔혹한 테러 등 무력으로 맞서는 하마스. 이번 전쟁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가족을 기다리는 이스라엘인을 위해서라도 오래된 이기심과 서로에 대한 불신을 버리고 한발 물러나야 할 때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