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학금·병사월급 수천억 투입…'건전재정'에도 쓸 땐 쓴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4.08.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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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가장학금 지원구간과 지원금액/그래픽=김지영현행 국가장학금 지원구간과 지원금액/그래픽=김지영


정부가 내년부터 대학 국가장학금 수혜대상을 중산층으로 확대한다. 이들에겐 연간 100만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병장 월급은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선다. 이들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만 연간 수천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예산사업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당초 목표치를 밑돌 전망이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2025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 다음달초 국회에 제출한다. 내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 △경제 혁신생태계 조성 △두터운 약자복지 △미래대비 체질개선 △튼튼한 안보·안전사회 등 4대 중점분야를 중심으로 편성한다.



대학 국가장학금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거론된 것처럼 수혜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현행 국가장학금Ⅰ 유형은 소득인정액 1~10구간 중에서 8구간 이하에만 지급한다. 소득인정액이 많을수록 높은 구간에 위치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원 대상을 9구간 이하로 확대한다. 이 경우 지원대상은 기존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어난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재산, 부채 등 소득인정액이 구간별 경곗값 이하일 경우 지급한다. 기초·차상위 계층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연간 최대 지원금액은 1~3구간 570만원, 4~6구간 420만원, 7~8구간 350만원이다. 정부는 9구간의 지원금액을 최소 100만원 수준에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원으로만 정해져도 50만명을 곱하면 내년 증액분은 5000억원이다.



이와 별개로 연간 최대 240만원의 대학생 주거장학금을 신설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9구간의 국가장학금 지원금액은 7~8구간보다는 적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며 "주거장학금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되 구체적인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 예산은 사상 처음 6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23년 4.4%, 올해 4.5%에 이어 내년에도 4%대 증가율을 이어가는 셈이다. 병장 기준 봉급은 기존 월 165만원에서 205만원으로 늘어난다. 병사 봉급 인상에 따른 증액분은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간부들의 숙소 개선 등 복무여건 개선에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2023년 29조3000억원에서 올해 26조5000억원으로 줄었던 R&D(연구개발) 예산은 2023년 수준으로 회복된다. 내년 R&D 예산은 2023년 수준에서 소폭 증가해 30조원에 육박할 수 것으로 전망된다. 조(兆) 단위 증액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밖에 석유 시추 예산, 소상공인 배달료 지원 사업도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대규모 예산 사업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수립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4.2%다. 하지만 최근 세입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한 3%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총지출 증가율은 2.8%, 본예산은 656조9000억원이다.

한편 내년 유보통합에 따른 예산 재구조화는 이번 예산안에 담기지 않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체계의 통합을 의미하는 유보통합이 내년부터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편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누리과정(3~5세) 예산 주머니인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의 일몰이 내년 말로 예정돼 있어 이번 예산안에는 재구조화 방안을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


돈 쓸 곳 넘치는데 곳간 사정은 팍팍…내년도 '긴축예산' 불가피



사진제공=뉴스1사진제공=뉴스1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의 '재정 다이어트'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가장학금, R&D(연구개발), 약자복지 등 예산 소요가 커졌지만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는 흔들림이 없다. 기존 예산 사업에 대한 지출구조조정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5년 예산안 편성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 예산안을 8월 말까지 최종 확정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3일(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지난 3월 발표한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건전재정기조 확립을 통한 미래세대 부담 최소화'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예고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COVID-19)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으로 지출이 크게 증가한 2020년(110조5000억원 적자)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증가율을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4.2%보다 낮은 3%대 이하로 낮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년 연속 세수결손이 유력한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려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제시된 주요 정책 수행을 위한 예산 편성 필요성은 기재부 고민을 깊게하는 요인이다.

국가장학금 예산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주재한 청년 주제 민생토론회에서 내년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50%에서 7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혜대상이 기존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기재부는 새로 수혜대상이 된 소득 9구간에 1인당 최소 연 1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예산으로 따지면 최소 연 5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셈이다.

R&D 예산도 대폭 증액이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주요 R&D 예산을 올해보다 2조9000억원(13.2%) 많은 24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기재부에서 편성 중인 일반 R&D 예산까지 포함하면 내년 R&D 예산은 3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돌발 예산으로는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시추 예산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2026년까지 최소 5000억원이 필요하다. 시추공 한번 뚫는 비용이 약 1000억원인데 비해 탐사 성공률은 20%로 적어도 5개 광구는 뚫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상공인 배달료 지원 사업도 예정에 없던 신규 예산 사업이다. 기재부는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 소상공인을 선별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복지 분야 법정지출을 포함한 의무지출이 내년부터 해마다 20조원 이상씩 불어나는 것도 예산당국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의무지출 증가를 고려하면 결국 재량지출을 0%대로 묶어야 총지출 증가율 3%대 이하가 가능하단 분석이 나온다. 신규 예산 소요를 감안했을 때 기존 사업에 대한 '마른수건 쥐어짜기'식의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셈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1만개 이상의 사업을 재검토해 23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이룬 2022년(약24조원)에 이은 2년 연속 20조원대 '재정 다이어트'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연속 20조원대 지출구조조정을 한 만큼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지출구조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과 효율적 재정관리로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출 증가율/그래픽=김다나정부 지출 증가율/그래픽=김다나



9천억 들여 내년 병장 月 205만원...국방예산 60조 껑충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청룡의 해 설 명절을 맞아 해병 청룡부대(2사단)를 방문해 생황관에서 병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청룡의 해 설 명절을 맞아 해병 청룡부대(2사단)를 방문해 생황관에서 병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내년도 국방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병장 월급을 205만원으로 올리는 등 복무 여건 지원에만 약 9000억원이 들어간다. 직업군인의 사기 진작을 위한 방안도 담긴다. 소위·하사 등 초급 간부들의 복무장려금 인상·숙소 개선비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국방예산은 60조원 초반대에서 편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국방부는 기재부에 국방예산의 6%대 증액을 요청했는데 정부안 편성 때 3~4% 수준에서 결정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방예산 증액률은 2023년 4.4%, 올해 4.5%를 기록했다. 정부 지출 증가율이 지난해 5.1%에서 올해 2.8%로 대폭 하향 조정된 가운데서도 국방예산 증액률을 4%대를 유지했다.

내년 국방예산 편성의 관점 포인트는 병사 월급 인상이다. 병장 기준 △기본급을 12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자산형성프로그램(병내일준비지원) 4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인상하는 게 골자다. 이에따라 내년부터 병장은 월 205만원이 된다. 군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병장 4개월 동안 800만원 넘는 돈을 받는다.

월급 인상을 포함, 병사 복무 여건 개선에만 예산 약 9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병영생활관을 8~9인 기준에서 점차 2~4인 기준으로 개선하고 군인들의 급식 단가를 현행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지난 4월 육군 한 부대를 방문하고 "내년 병사 봉급을 205만원까지 인상하는 등 장병의 처우개선을 지속 추진한다"며 "병영생활관 개선 등 쾌적한 병영환경 구축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단독] 장학금·병사월급 수천억 투입…'건전재정'에도 쓸 땐 쓴다
간부들의 처우 개선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병장 월급 인상으로 초급간부와 임금 역전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선 초급 간부들을 위한 '핀셋 기본급 인상'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체 공무원 임금과 연계된 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 올해의 경우에도 9급 초임 공무원 봉급과 동일하게 2.5% 인상됐다.

대신 단기복무장려금(수당) 인상을 검토 중이다.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향후 병 봉급 인상 수준을 고려, 장려금을 확대 추진하게 돼 있다. 장교의 경우 지난해 900만원에서 올해 1200만원으로, 부사관의 경우 750만원에서 1000만 원으로 30% 이상 올랐다. 아울러 간부 숙소 1인 1실 제공 등 전체적인 복무 여건 개선에 수천억원대 예산이 들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국방예산 증가율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초급 간부들의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병장 봉급 대비 최소 백만원 안팎의 급여를 더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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