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따라 할 수 없는 K패션 바이브

머니투데이 성래은 한국패션산업협회장 (영원무역 부회장) 2024.08.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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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래은 한국패션산업협회장 (영원무역 부회장)성래은 한국패션산업협회장 (영원무역 부회장)


"Don't Copy, Don't Sell, Don't Buy."

위조품은 만들지도 팔지도 사지도 말자는 이 문구는 지난 6월 한국패션산업협회의 패션IP센터가 문을 열며 내세운 구호다. K패션의 지식재산권 보호는 필자가 올 초 한국패션산업협회장을 맡게 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사업 부분 중 하나다. 이제 막 글로벌 무대로 비상을 시작하는 K패션이 브랜드가 디자인 도용으로 노력의 과실을 빼앗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패션IP센터가 문을 연 지 두 어 달 만에 온라인에서 도용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IP 침해 의심사례가 1700건 가까이 접수됐다. 이 중 약 400건은 실제 침해가 있는 건으로 확인돼 협회의 도움으로 유통이 차단됐다. K패션이 직면한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지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일궈낸 한국의 디자이너와 경영자들의 스토리를 접할수록 한편으로는 "K패션은 함부로 베껴질 수 없겠구나"라는 자신감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보다 유럽 등 해외에서 더 사랑받기 시작한 남성복 앤더슨벨(Anderson Bell)의 경우 디자인에 맞는 원단과 컬러를 못 찾으면 원단, 심지어는 원사까지 직접 제조하는 등 상황과 타협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잉크(EENK)의 경우 A부터 Z까지 알파벳 이니셜을 중심으로 테마나 아이템을 정하는 레터 프로젝트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브랜드 탄생 2년만에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패션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는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신라왕족의 의복문화를, 2024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제주의 해녀 문화를 재해석하는 등 가장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모티브를 활용했지만 K브랜드라고 일컫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정신과, 브랜드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독창성은 단순히 로고나 디자인을 카피한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K패션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쉽사리 흉내 낼 수 없는 K패션만의 바이브 때문일 것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K패션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성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더 승승장구 하도록 브랜드들의 동반자로서 많은 지원 사업들을 전개 중이다. 패션협회가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개최하는 '트렌드페어'에는 100개의 K-패션 브랜드들이 국내외의 백화점, 편집샵, 온라인플랫폼 등 바이어들에게 자신만의 바이브를 뽐낼 예정이다.


트렌드페어는 국내 최대의 패션수주 전시회로 그동안 K-패션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데 대표적인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이번 트렌드페어에서 향후 전 세계를 사로잡을 새로운 K패션 바이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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